『호모포비』가 분석한 3천 년의 배제
우리는 흔히 혐오를 개인의 미성숙한 감정이나 특정 대상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으로 치부하곤 한다. 그러나 프랑스의 법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다니엘 보릴로와 변호사 카롤린 메카리는 그들의 저서 『호모포비』를 통해, 동성애 혐오가 결코 우연적인 감정의 산물이 아님을 입증한다. 이 책은 170쪽이라는 짧은 분령이지만 압도적인 밀도로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3천 년에 걸친 혐오의 뿌리를 추적하며, 이것이 어떻게 사회적·제도적으로 구조화되었는지를 날카롭게 해부한다.
1. 혐오의 기원과 가부장제의 공모
이 책의 가장 강력한 통찰 중 하나는 동성애 혐오가 가부장적 세계관과 깊이 연루되어 있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고대 그리스-로마와 유대-기독교라는 대조적인 두 세계를 분석한다. 먼저 그리스-로마는 동성애를 사회적 통과의례로 수용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유대-기독교는 잘 알려져 있듯 동성애를 철저히 부정하고 박해했다. 겉보기에 정반대인 두 세계는 그러나 사실 ‘강력한 가부장적 질서’ 위에 세워진 사회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즉, 혐오는 이성애 우월성을 고착화하고 남성 중심의 가족 제도와 혼인 규범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가 필요로 했던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2. ‘죄악’에서 ‘질병’으로: 혐오의 진화와 합리화
저자들은 호모포비아를 크게 두 가지 층위로 분석한다. 첫째는 유대-기독교적 전통에 기반한 '종교적·도덕적 혐오'이며, 둘째는 근대 의학 및 법률이 만들어낸 '과학적·제도적 배제'다.
과거에 동성애가 종교적 단죄의 대상인 ‘죄악’이었다면, 근대에 들어 심리학과 정신의학은 이를 ‘질병’으로, 법률은 ‘반사회적 범죄’로 재정의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단 하나의 사실은, 동성애가 언제나 ‘정상’의 범주를 확립하기 위한 ‘비정상’의 거울로 동원되었다는 점이다.
3. 차별의 위계화와 권력의 작동
이 책은 호모포비아가 어떻게 ‘차이의 위계화’를 수행하는지 밝혀낸다. 저자들은 이 현상이 단순히 동성애자를 싫어하는 마음이 아니라, 이성애적 결합만을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것으로 설정하여 권력의 우위를 점하려는 적극적인 사회적 실천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나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동성애자들이 유대인 희생자들과 달리 해방 후에도 그 어떤 인간적 권리도 부여받지 못했던 처절한 사실은, 혐오가 어떻게 역사적·이념적으로 공고하게 구축되었는지를 냉철하게 증명하고 있다.
4. 법의 역할과 민주주의의 완성
법은 다수자의 도덕을 수호하는 도구가 아니라,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보루가 되어야 한다. 저자들은 동성애의 비범죄화를 넘어 평등한 시민권(결혼, 입양 등)의 획득이 왜 민주주의 완성의 필수 요건인지를 역설한다. 결혼 제도를 남녀 간의 결합이 아닌 ‘성 중립적 공동체’라는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급진적이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성애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소수자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사회 관습의 코르셋에서 모두를 해방시켜 만인의 자유를 향상시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혐오의 언어 뒤에 숨은 거대한 차별의 역사를 직시하고자 하는 독자들, 인권과 젠더 이슈에 민감한 20-30대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170페이지에 인류 역사의 단면을 닮아냈다. 역사책으로도 굉장히 흥미로운 책이다.
제도적 혐오의 구조 등 현대 사회의 차별 기제를 이론적으로 정립하고 싶은 독자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책이다. 그리고 법이 어떻게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민주주의의 보루가 될 수 있는지 탐구하는 독자 또한 유익한 독서를 제공할 것이다.
"혐오를 알아야 혐오와 싸울 수 있다."
혐오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제조된 것이다. 『호모포비』는 우리가 지켜야 할 인권의 최전선이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정직한 지도라 할 수 있다. 혐오를 멈추는 것은 단순히 친절해지는 것이 아니라, 위계적 질서에 균열을 내고 모든 인간이 존재 자체로 존중받는 세상을 설계하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