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만협찬] 다정하게 함께 머물러 주는 책


[추천 독자]
-상실 이후의 감정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
-위로받고 싶지만 과한 감정이나 조언은 부담스러운 사람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슬픔을 천천히 마주하고 싶은 사람
-그림·시·산문이 어우러진 감각적인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혀 주는 책을 찾는 사람
** 살다 보면 자꾸 안쓰러운 사람을 만난다. 누군가가 안쓰러워 보이면 그게 사랑이다. 나에게 드문 사랑이 왔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도 결국 그녀였다. -p20
**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그들은 자신의 흉터를 가리고 있다. 그런 자신의 선택을 정답처럼 맹신한다. 하지만 흠집은 사랑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나는 흠집을 속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p34
** 다가오는 여름을 마지막이라고 부르지 않기로 한다. 계속 그리기로 한다. 내 품에서 햇빛 냄새가 난다는 당신의 사랑이 영원할 수 있도록. -p137

가끔, 아주 가끔은 사람 때문에 삶을 그만두고 싶을 만큼 버거워질 때가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태도, 반복되는 상처 앞에서 관계를 정리하지도, 완전히 끊어내지도 못한 채 버텨야 하는 순간들. 작년부터 올해까지 나는 그런 시간 속을 지나고 있다. 명상이나 글쓰기로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어떤 날들은 그마저도 소용없게 느껴진다. 그럴 때 나는 다정한 책을 찾는다. 말을 걸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책을. <소류지에 머무는 밤>은 바로 그런 책이었다.
<소류지에 머무는 밤>은 손편지와 함께 도착했다. 봉투를 열고 종이를 펼치는 순간, 책을 읽기 전부터 이미 위로를 받은 기분이 들었다. 정성스럽게 적힌 글씨와 함께 건네진 <소류지에 머무는 밤>은 누군가 내 옆에 앉아 "지금은 그냥 머물러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요란한 응원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없이 그저 함께 있는 감각. 그 첫인상 그대로 이 책의 문장들은 끝까지 낮고 고요하다.

<소류지에 머무는 밤>은 상실과 슬픔을 다루지만, 독자를 울게 만들기 위해 감정을 밀어붙이지 않는다. 오히려 슬픔을 서둘러 극복하려는 태도를 조심스럽게 거둬낸다. 작가는 유년의 상처와 사랑의 부재, 아이를 잃은 기억을 말하면서도 그것을 '견디어 살아남은 자의 기록'으로 남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단순히 위로받기보다 이해받는 느낌에 가까웠다. 괜찮아지지 않아도, 여전히 아파도, 그 상태로 존재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기분이었다.
책에서 말하는 ‘소류지’는 상처를 씻어내는 장소가 아니다. 잠시 머무르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곳, 파도가 잠들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에 가깝다. 나 역시 사람 때문에 지친 마음을 억지로 회복시키려 애쓰는 대신, 이 책을 읽으며 잠시 멈춰 섰다. 문장과 그림 사이의 여백은 내 감정이 숨 쉴 자리를 내어주었고,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다시 하루를 견딜 힘을 얻었다.

<소류지에 머무는 밤>은 희망이 오기 전까지의 밤을 정직하게 함께 건넌다. 그래서 이 책은 힘내라는 말이 부담스러운 날, 아무 말 없이 곁에 두고 싶은 책이다. 상처를 지우려 애쓰는 대신,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다정하게 보여주는 책. 나에게 이 책은 위로이자, 아직 삶은 끝나지 않았다는 반짝이는 신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