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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이스
  • 어슐러 K. 르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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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1-30
  • : 792
소녀 메메르가 분노와 갈망과 어둠속에서 풀려나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을 때도 그랬다. 그녀는 울분에 차 있었다. 안술의 사람들은 폭력의 기억으로 움츠러들어 있었다. 그 강렬한 기억은 분명 떨치기 힘든 것이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그녀에게 자유를 주었을까. 자유의 기억이 사람들에게 폭력의 기억을 이길 힘을 주었을까. 안술의 자유는 마치 신비한 힘에 의해 이루어진 기적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했다. 군막사와 흥분한 젊은이들 사이를 지키고 선 두터운 시민들의 선, 매일 큰소리로 밀고당기며 협의하는 의회의 사람들, 고고한 사람들에게는 지나치게 속세적일지도 모를 이런 저런 정치적인 제스추어들,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수장의 존재, 흘러넘치는 기적의 상징... 그 모든 것들이 엉겨서 조용히 천천히 자유는 나타났다. 칼과 고함과 한 사람의 영웅-오렉 카스트로가 그런 존재일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자유는 군사를 제압했다고, 악당을 잡았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었다. 자유에는 폭력과 싸우고, 복수와 울분에 지배당하는 마음과 싸우고, 억압에 움츠린 기억과 싸우고, 쉽게 예전으로 되돌아가기만 하려고 하는 관성과 싸우는 지리한 과정이 필요했다. 메메르는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고, 자기 자신을 지켜보았고 자신이 있기에 가장 좋을 장소를 골랐다. 자유였다. 깨지고 부서진 것들의 바탕에서 자라는 찬란한 영광이었다.

자유라는 건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웅적인 어떠한 장면, 피흘림 끝에만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생각해보면 모든 역사속에서 '독립'이란 열매는 지리한 정치적인 공방 가운데 얻어졌지. 그 모든 것이 너무나 찬란하고 아름답게 그려져서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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