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드라마나 영화를 따로 챙겨보지는 않지만 정조의 일대기를 다룬 '역린(逆鱗)'은 유난히 재밌게 보았다. 스토리, 극중 배우들의 연기, 영상미 어느 하나 빠지지지 않았던 영화로 아직도 기억한다.
특히 극중 서사에 이끌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지루할 틈 없이 몰입했었다.
'역린(逆鱗)'의 최성현 작가가 10년 만에 신작 장편 '소설 묵계 1: 한양의 사람들'을 선보였다.
10여 년 전 영화로만 마주했던 최성현 작가의 서사를 소설로 마주하게 되었다.
배경은 '역린(逆鱗)'과 마찬가지로 정조시대이다. 하지만 이번엔 정조시대를 살고 있는 왕과 귀족의 이야기가 아니다.
왈짜와 장사패, 하급관리와 몰락양반, 기생가 무뢰배와 같은 하층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왕산패 대주인 '하우도'는 늙은 외거노비의 어렵게 얻은 아들로 태어났다.
하지만 부모는 주인집 물건을 훔쳤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일찌기 돌아가셨다.
고아로 산전수전을 겪고 자란 '우도'는 평시서 하청수의 궂은 일을 봐주다가 그의 양자가 되었다.
무섭게 세력을 키워나가며 주변에 사람들이 늘어만 가는 우도를 견제하던 중 하청수는
하우도를 죽이려 했다. 하우도를 흠모했던 하청수의 딸 하명혜는 이를 하우도에게 귀띔해준다.
결국 하우도는 하청수를 죽이고 하명혜를 후첩으로 들여 외아들 하상익을 얻게 된다.
하우도는 한양에서 인왕산패 대주가 되었다. 살인청부업 및 돈이 되는 일을 닥치던대로 하던 인왕산패는 중인 브레인 '이륜'을 영입하여
한양의 돈줄을 쥐고 흔드는 거대조직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을 꼽으라면 '이륜'을 꼽을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하우도의 오른손이자 제갈공명 역할을 하는 이륜의 활약은 소설을 읽는 내내 감탄을 자아내었다.
'이륜'뿐만 아니라 금전이나 어떤 회유에도 넘어가지 않는 대나무 같이 강직한 포교 채경수의 활약도 큰 재미를 더하고 있다.
묵계에서는 조선 말기에 접어들면서 점점 신분과 법도가 서서히 무너지며 돈의 유혹에 넘어가 사리사욕만을 챙기는 탐욕스러운 인간 군상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정조시대를 다루고 있지만 작금의 시대에서도 충분히 마주칠 수 있는 인간사가 펼쳐지는 소설이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말이 이 소설에서도 느껴졌다. 전혀 고리타분하지 않고 현대적으로 몰입감 있게 풀어낸 서사가 벌써 2권을 기다려지게 만든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황금가지출판사 #묵계1 #최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