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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향적이지만 할 말은 많아서
- 김슬기
- 11,700원 (10%↓
650) - 2022-02-11
: 145
나무와 열매, 김슬기 작가님의 <내향적이지만 할 말은 많아서>를 한숨에 다 읽었다. 얇아서만은 아니다. 마치 내 얘기 같아서, 내가 쓴 것 같은 마음이 묻어나는 문장들이 수시로 걸려들어서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약속이 취소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문장을 읽으며 소리 내어 웃었다.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다ㅎㅎㅎ
+a의 시간이 생긴 것 같은,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 좋은 그 감정을 나 말고 다른 사람도 느끼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반가웠다. 전화벨이 울리면 불안을 느껴 문자나 메일을 선호한다는 문장도 마찬가지였다. 예전부터 나는 급만남(번개모임), 불쑥 이벤트를 좋아하지 않았다. 누군가와는 반갑게 넘어가지만 어쨌든 나는 내가 주도하지 않는 이상 예상치 못한 무엇을 꺼려 했다.(여행에서의 일은 예외) 이런 성향들이 작가님과 닿아있었고 만난 적 없는 사이임에도 급 친근함이 몰려왔다^^
읽으면 읽을수록 김슬기 작가님은 이름처럼 참 슬기롭고 지혜로운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세,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에게 어울리고 꼭 맞는 튼튼한 집을 지었으니까. 누군가에게는 요리가 누군가에게는 그림 그리기가 자신에게 맞는 집일 것이다. 내가 온전히 나로 머물 수 있는 순간이 언제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아는 것과 잘 가꾸는 것은 0과 1만큼의 큰 차이다. 요즘처럼 변화의 속도가 빛처럼 느껴지는 때에 온전히 나로 있을 수 있는 시간에 머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느리게 보이는 이런 순간에 머무는 게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현상에 매몰되지 않고 실체에 집중하면, 시간과 노력이라는 압력의 합으로 만들어지는 보물들을 만나게 된다. 보물 같은 결정체는 꼭 결과물만이 아니다. 과정에서 얻는 기쁨과 행복, 만족감과 충만감이 더 크다. 현실의 자신이 만족스럽지 않고 나 홀로 방황하고 부유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이 책 <내향적이지만 할 말은 많아서>를 추천하고 싶다.
[내 꿈이 작가가 아니라는 걸 남편도 알고 있었던가?
예상치 못했던 공감에 흠칫 놀란 나에게 그가 답했다.
"당연히 알고 있지.
책을 내는 건 그냥 과정이자 작은 목표였던 거지, 꿈은 아니잖아.
당신 꿈은 홍익인간의 정신을 물려받아
온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거잖아?
전쟁도 없고, 굶어 죽는 아이들도 없고, 차별도, 억압도 없는 세상.
힘없는 사람도, 돈 없는 사람도,
여자도, 아이들도 모두 행복하고 즐거운 세상.
지금보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
그게 당신이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자 이상이지."
김슬기, <내향적이지만 할 말은 많아서]
이 부분을 읽으며 문득 영화 <패치 아담스>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패치 아담스가 위원회 앞에서 마지막 변론을 하던 그 장면. 김슬기 작가님이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자 이상은 사전에 나오는 정의대로 정말 꿈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세상을 지금보다 아름답고 평화롭게 만드는 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글 쓰는 이는 글로, 사람을 치료하는 이는 의술로, 그림 그리는 이는 그림으로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패치 아담스가 변론 중에 의대생들에게 하는 말에 힌트가 있다. 기술로서 접근하지 말고 사람을 향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 삶의 기적에 무감각해지도록 놔두지 말라는 패치의 말이 나의 마음을 두드린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사실 삶의 기적으로 가득 차 있다. 지금 살아있는 것 그 자체로 기적 아닐까? 이 험한 세상에?
내향적이지만 나도 역시 할 말은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책을 읽으며 깨닫는다. 내 안에 있는 이야기들을 용기 내어 풀어봐야겠다. 밖을 향한 시선으로 움츠리지 말고 온전히 '나'에 집중하면서.
**엑스북스 출판사에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책을 무상으로 받았지만 매우매우매우 솔직하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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