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표지 & 제목 ★★★★★
더할 나위없이 매력적인 표지와 제목입니다. 제목의 서체나 디자인이 너무나 멋지고 다섯 편의 연작 단편중 마지막의 <덧없는 양들의 축연>을 타이틀로 잡은 것도 참 잘했습니다. 짝짝짝
2.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 ★★★★★
작가에 대해 별점을 매기다니 좀 외람됩니다만, 뭐랄까- 일단 <인사이트밀>의 작가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책을 망설임없이 집어들 수 있었으니 대단한 파워라고 생각합니다. 이 분의 작품은 국내에 소개된 게 별로 없어서 매우 아쉽네요.
3. 문체 ★★★★★
군더더기가 없이 아름다운 문장과 치밀한 심리묘사로 독자를 마음껏 휘두르는 본 작품은 <인사이트밀>에서는 미처 느껴보지 못한 작가의 깊은 내공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물이 올랐다!'고나 할까요^ ^!
4. 간단한 내용 소개
전체적으로 암흑동화의 분위기를 띄는 밀도높고 짜임새있는 다섯 편의 연작 단편입니다. 모든 이야기에서는 '바벨의 모임'이라는 상류계층의 자제들만으로 이루어진 독서모임의 존재가 드러납니다만, 다섯 이야기를 연결해주는 장치일 뿐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닙니다. 매우 매력적인 장치인데, 개인적으로는 좀더 극적으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 <북관의 죄인>은 오래된 명문가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에서 '왜그랬는가?'의 규명에 초점을 둔 이야기로, 마지막 일격이 일품입니다.
<산장비문>은 눈오는 깊은 산속 외딴 산장의 고립감을 배경으로 잔잔하게 시작되는 이야기 입니다. 그러나 중반부터 "어째서?"라는 의문과 당황으로 갑갑함을 느끼는 동시에 점차 공포가 스멀스멀 전신에 스며드는 명작 중 명작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으며, 작가에게 가장 많이 휘둘린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타마노 이스즈의 명예>는 제목부터가 브라운신부 시리즈중 한 작품에서 따왔으며, 작중의 이스즈는 추리소설 매니아라서 여러 반가운 작품의 제목과 인물 등이 등장하여 독자에게 작은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다섯 단편중 가장 아름답고 애잔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덧없는 양들의 축연>은 마지막 이야기답게 '바벨의 모임'의 정체(라고 까지 할건 없지만..)가 밝혀지고, 모임의 부활을 암시하는 내용이 액자식 구성으로 담겨있으나 액자 속의 내용인 주요 이야기는 멋진 제목이 아까울 정도로 다섯 편의 연작단편중 가장 실망스러운 내용이었다는 것이 본 단편집의 옥의 티가 되었습니다. 이야기의 마무리도 흐지부지하고 전체적으로 작위적이며 등장인물들도 대단할 것이 없어서지요.
5. 총평 ★★★★☆
한껏 물이 오른 작가의 내공과 필력을 흠뻑 느낄 수 있었던 아름다운 연작 단편집이었습니다. 단편집에는 보통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오츠 이치의 <GOTH> 다음으로 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되네요! 다만, 마지막 단편에서 좀더 '바벨의 모임'이라는 장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앞의 이야기들과 어우러지게 하는 짜임새있는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하는 큰 아쉬움에서 별하나 뺍니다. 마지막 일격이 다소 부족했다고 생각되네요.
아무쪼록 앞으로 라이트노벨말고 추리물쪽으로도 많이 많이 활동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