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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움의 모양>은 인류학 책을 좀 더 읽어보고 싶어 희망도서 신청을 하고 읽어 보았다. 한 편 한 편의 인터뷰가 단편 소설처럼 읽힌다. 각자가 말한 '외로움의 모양'이 단편 소설 속 시적 순간처럼 기능하는 듯 했다. 그런 순간들을 읽을 때 (외로워서 그런지?) 감정적으로 조금 고양되는 느낌을 받았다. 눈물 까지는 아니지만 그 언저리의 느낌 말이다. 정말로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말한 외로움의 모양을 읽고 <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에서 읽고 써본 경험이 떠올랐다. 그 경험을 더 밀고 나가면 좋은 글을 쓸 습관을 들일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도 들었다. 내 외로움의 모양은 '엇갈린 화살표' 아닐까.

  가장 인상적으로 느껴진 장은 6장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 (배우 지망생?)의 이야기이다. 학창 시절 친구에게 짓궂은 말을 했다가 따돌림을 당한 경험 때문에 본인의 진짜 감정을 숨기고 타인 앞에서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그게 모두 진심이 아니기에 주변 사람들이 그의 본심을 알고 싶었나 보다. 진짜 너를 알고 싶다고! 거부 당할까봐 좋은 사람 역할을 해보려 했는데 그게 또 진짜가 아니어서 그는 어찌할찌 혼란스러워한다. 이게 가면을 쓰고 다른 역할을 해야하는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과 얽히면서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워진다.

  외로움은 18세기부터 개인의 능력을 강조하는 근대적 상황과 함께 시작됐다는 사실(252쪽?)과 함께 "진실하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는 용기"(127쪽)를 내고, 먼저 작은 균열을 내서 변화를 모색해야한다(180쪽)는 저자의 조언을 기억하고 싶다.



"그림자야 너는 정녕 오늘 나한테 쏟아진 빛의 무게를 아니?" (<슬픔치약 거울크림> 79쪽)



  김혜순 시인의 시집을 읽다가 이 인터뷰 책을 찾게 되었다.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구분/없음에 대해서 이야기한 부분을 기억해두고 싶다. 이 구분이 분명 문학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독특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현실을 받아 적었을 뿐인데 그게 독특한 문학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상은 본대로 적었을 뿐이라고. 식민지 상황의 독특한 현실이 그런 괴상한 글쓰기를 만들어냈을 뿐이라는 말이었다.

  "다중적인 정체성을 갖는 것", "괴상한 것을 존중하는 것", "탈중심주의자가 되는 것"(올가 토카르추크의 말, 228쪽)

  시인이 계속 말하는 것처럼 나도 어떤 것을 마주쳤을 때 느껴지는 감각을 잘 적어보고 싶었다.



  <아는데 모르는 나라, 일본>은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일본의 기분 좋은 면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나아가 아르바이트 직원도 일정 기간을 거치면 정직원이 되는 '고용 안정'"(21쪽)이라는 문장만 공책에 적었다. 한국의 이전 정권에서 많이 논란이 되었던 정책이라 볼 수 있다. 한국에는 어린 시절부터 시험보는 경험이 너무 강렬해서 시험을 보지 않으면 정직원이 될 수 없다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 근데 이게 정말로 우리 사회를 좀 먹고 있다.



  로베르트 발저는 정말로 독특한 작가다. 은박지 같은 종이쪼가리에 글을 썼다는 건 이전 책에서 접해 알고 있었다. "나는 이 어리석은 이야기에 나오는 알려지지 않은 지점에서 길을 잃었다" (203쪽) 어느 순간에 작가는 내용보다도 글을 쓰는 행위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 것 같다. 그래도 좋은 말들이 많다. "모든 노력은 실현되는 것과는 무관하고, 많은 종류의 불가능성은 하나의 가능성을 담고 있다."(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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