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창원 노동사회교육원 <연대와소통> 2018년 여름호(48호)
책담(冊談)
복지국가 주체형성도 우리 몫
《나라는 부유한데 왜 국민은 불행할까?》/남재욱, 오건호 외/철수와영희/2018년2월/16,000원
양솔규(편집위원장)
이번에 소개할 책 제목은 너무나 직접적이다. 책 제목이 주제를 적나라하게 나타내고 있어서 더 이상 소개가 필요 없을 지경이다. 그래도 책 제목을 다시한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책 제목은 두 명제로 나뉘어진다. ①나라는 부유하다. ②국민은 불행하다. 두 가지는 상호 모순적이다. 상식적으로는 나라가 부유하면 국민이 불행할 이유가 없다. 역으로 국민이 불행한데 나라가 부유하다는 것 역시 이해가 안된다. 두 명제 사이에 뭔가가 잘못되어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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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버리지가 1942년에 제출한 <사회보험과 관련서비스> 보고서. 영국 사회보장제도의 기초가 되었다.
나라가 부유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동남아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우리나라가 상당히 잘 산다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우리 자신도 못사는 나라 국민들에 비해 부유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그렇다고 스스로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하지는 못한다.
‘나라가 진짜 부유한가?’ 라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한편으론 자본가들이 국제경쟁 운운하며 엄살을 피고, 국가는 경제지표 악화를 얘기하고, 보수언론들도 장단을 맞추며 설레발을 치면 ‘진짜 어려운가보다!’ 하며 불안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허덕이는 본인의 살림살이를 스스로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의 ‘부유함’이 의심스러워진다.
이 책을 쓴 저자들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약칭 ‘내만복’)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이론적, 실천적 과제들을 검토하고, 교육하고, 실천하는 일을 주로 해왔다. 의사, 변호사, 진보정당, 노동조합, 협동조합, 주민운동 등의 활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조직이다.
저자들의 생각은 1강과 2강, 그리고 7강을 통해 알 수 있다. 1강에서는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논의한다. 무상급식 도입을 둘러싸고 벌어진 보편복지, 선별복지 논쟁을 거치면서 점차 복지 확대를 거치게 되는데, 그럼에도 우리 복지제도의 약점들이 드러났다. ①재정장벽 ②복지의 불균등발전(공공부조와 사회보험의 취약) ③낮은 복지의 질 ④과도한 사적복지 지출 ⑤복지주체의 부재가 그것이다. 서구의 경우 마지막 다섯 번째 문제인 복지주체를 노동조합과 진보정당(이른바 경성권력)이 담당했지만 우리 사회는 이 경성권력이 취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당장 노동조합과 진보정당이 힘이 배가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만은 없다. 저자는 아래로부터의 의제별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연성권력’을 구축하면서 주체의 부재를 돌파하자고 주장한다. ‘건강보험 하나로운동’을 반성하면서 ‘어린이 병원비 완전 100만원 상한제’와 ‘사회복지세’ 신설을 추진해 나가자고 한다. 이 책의 주요한 결론이 1장에서 다 나온다.
2강는 보편적 복지의 원리를 설명한다. 다른 나라 복지국가의 경험을 통해 우리 복지 담론에서 대립되었던 ‘보편적 복지제도’와 ‘선별적 복지제도’ 간의 대립된 구도가 실은 근거가 없고, 둘은 할당 원리일 뿐이며, 보편주의와 선별주의가 ‘정도’로 구분되는 개념임을 밝힌다. 따라서 보편적 복지국가를 추구하는데 있어서도 두 가지 원리가 모두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7강은 복지제도의 가장 중요한 전제인 복지 재원인 세금 문제를 다룬다. 저자는 문재인 정부가 바라는 초과세수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대해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법인세 과세표준 대상을 2000억이 아니라 200억으로 확대하고, 법인세율은 25%로 정상화 해야 한다. 둘째, 주식 양도 차익과 주택 임대 소득에 대해 과세 기준을 낮추고, 누진 과세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보유세를 늘려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토지 60%, 주택 70%) 고정시켜버린 공정시장가액을 지방세법 시행령을 통해 100%로 늘리거나, 과세표준을 공시지가가 아니라 실거래가로 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여기서도 목적세 방식의 사회복지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3, 4, 5, 6강은 의료복지, 주거복지, 공적연금, 노동복지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들과, 스페인 스캇운동, 일제 강점기 ‘차가인 동맹’, 독일의 세입자 협회 등 주거복지 주체 소개, 국민연금 외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의 구축 문제, 도 결코 만만한 내용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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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2014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보편복지를 주장하면서 수도권 광역의원 판도를 뒤집은 바 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복지이슈가 실종되었다.
슈퍼위크가 지나가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있었고,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있었다. 아쉬운 것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속에서 복지제도를 둘러싼 지방선거의 의제들이 전혀 주목받지 않았고 논의되지 못한 것이다. 선거가 문재인으로 시작해 문재인으로 끝나면서 과연 민주당의 지방정부들이 복지제도를 확충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심사숙고 했고, 추진할 수 있을지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보편복지 논쟁이 시작되면서 지방선거 판세를 뒤집었던 2010년, 2014년을 돌아보면, 2018년의 지방선거는 ‘묻지마 정책’, ‘묻지마 후보’ 속에서 치러지면서 ‘경천동지’할 변화를 일구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내실을 다지지는 못한 거 같다. 지방권력을 선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감시하고 개입하는 4년간의 실천이 절실한 이유다. 저자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복지국가의 주체형성’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이 고민은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운동의 토대를 만드는 것과 별반 다른 고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 중 한명인 최창우 ‘내만복’ 운영위원장은 이번 2018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노원병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것이다. 결과는 저조한 득표에 머물러 아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노원주거복지센터 등 주거권 운동을 해오면서 정치에도 개입하는 것을 보면(그는 예전에도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노원구청장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복지주체 형성, 복지제도 확충과 진보정당의 토대 마련이 언젠가는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제 한국은 발전국가 단계를 지나 복지국가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국내외 환경이 격변하고 있지만, 그건 예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일관된 방향성과 기준을 마련하고 꾸준히 요구하고 관철하는 활동만이 중단없는 개량(?)으로 안내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제도적 문제점과 개선할 방향을 이 책을 통해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함께 보면 좋은 자료>
-<내가 만드는 공적 연금>, 오건호, 책세상, 2016년9월, 13,000원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오건호 외, 피어나, 2013년2월, 15,000원
-EBS 다큐프라임, 2013년, <행복의 조건 복지국가를 가다> 1부~6부(노동,의료,주거,보육,교육,노후)
그런데, 한 단계 더 나아간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재원이 필요할 겁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것이 사회 복지세의 신설입니다... 사회복지세는 기존에 걷는 세금에 일정 비율을 곱해서 목적세 방식으로 걷자는 제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