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전시를 보러 미술관과 박물관을 자주 다닙니다.
첫 시작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취미가 되었어요.
아직 작품을 보는 안목은 없지만 꾸준히 보다 보면 나아지지 않을까하고 있습니다.
미술 음악 관련 책도 많이 읽어보고 현장에도 가봅니다.
어쩌다 이 책을 읽게 되었네요.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본다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데 본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요?
이 책은 저자가 전맹인 친구와 또 다른 여러 친구들과 함께 전시를 보러 다니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갖고 있는 편견을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시라토리씨는 어렸을때는 어느정도까지는 빛을 느낄 수 있었지만 점점 완전히 모든 것을 볼 수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시라토리씨는 다른 이들이 작품을 보고 설명하고 대화나누는 것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합니다.
전맹인 사람에게 작품을 설명해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생각을 해보았어요.
예를 들면 집을 이야기할 때 지붕은 세모이구요, 창문은 네모입니다 라고 할때 세모와 네모를 어떻게 설명할까 하면
직접 모양을 만져보게 하면 어느정도는 이해시킬 수 있겠죠.
그런데 노란색 빨간색은 도저히 알려줄 방법이 없어요.
노란색은 개나리 병아리 색이에요 라고도 못하겠죠. 왜나하면 전맹인은 개나리 병아리도 모르니까요.
기껏해봐야 노란색은 따뜻한 색이고 빨간색은 뜨거운 색이라는 등의 느낌을 전하는 방법 정도겠죠.
어쨌던 시라토리씨는 다른 이들이 작품을 두고 대화하는 것을 들으며 자신만의 감상을 합니다.
그러고보면 하나의 작품을 두고도 사람들마다 받아들이는게 다를 수 있으니 여러 감상이 있겠죠.
그런면이 재미있겠다 싶어요.
책을 읽다보니 한편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내가 전시를 본 건 제대로 본 것이 맞는 건지 의문이 들었어요.
작품을 보고 제목을 확인하고 도록이나 도슨트의 해설을 듣거나 작품설명을 읽는게 대부분이죠.
이 작품은 작가가 누구며 인상파니 낭만파니 어쩌니 하면서 작품을 지식의 측면에서 받아들인 건 아닌가 하네요.
작품을 보고 나만의 느낌을 머리속에 잘 갈무리하면 되는데 굳이 지식으로 이해했다는 생각을 이제서야 합니다.
책을 읽고나니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주기 위해 작품을 보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좋은 감상법이네요.
단순히 사실만이 아닌 느낌을 잘 전달할려면 좀더 자세하고 꼼꼼하게 들여다보아야겠어요.
너무 수박겉핥기 식으로 보고 지나왔던 건 아닌가 합니다.
돌이켜보면 전시를 다 보고 나오면서 오늘 내가 무엇을 보고 나온거지?라는 의문이 들었던 날이 많았네요.
보기는 한것인가, 이제는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저에게 하는 것이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소득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