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스웨덴에 살았던(1989년에 사망) 한 여성의 일기소설입니다.
책의 내용은 많은 분들이 리뷰를 작성하셨기도 하고 딱히 내용이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일상(일기니까 일상이겠지요)을 담담히 써내려간 책입니다.
결혼생활 17년만에 남편과 이혼하고 5남매와 함께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초등학교만을 졸업했기에 수입이 많은 직업을 가질 수 없어 청소부로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1965년부터 1969년까지의 일상이 쓰여있습니다.
사회성짙은 이야기부터 정책에 대한 불만, 빈부격차, 국제뉴스에 대한 관심까지 일기에는 다양한 내용들이 적혀있습니다.
책에서 언급되는 국제정세(베트남전쟁, 중동전쟁, 아프리카내전등)나 국가정책에 대한 내용을 제외하면 이 책은 그냥 어떤 한 사람의 일상이 적혀있는 일기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제가 느낀 여러 감정들을 적어보겠습니다.
우선 그녀는 왜 야간학교를 다니려고 했을까요?
처음에는 그녀가 자주 언급했듯이 스웨덴어(그녀에게는 국어이겠지요)를 잘 몰라서 글도 잘 못쓰고 말도 잘 못해서라고 생각했는데 다만 그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입장에서는 저임금노동자라면 야간학교에서 좀 더 나은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직업교육이나 자격증 등을 취득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을거라 생각하겠지만 그녀는 예상외로 역사라던가 문학등 인문학 수업을 주로 수강을 했습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쩐지 이런 장면이 떠오르더라구요.
tv프로그램 중에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북유럽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항상 박물관을 제일 먼저 방문하더라구요.
북유럽 국가들의 국민성이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한 나라를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역사를 아는 것이다 라는 교육을 받고 자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두 번째는 흔히 북유럽국가에 갖게 되는 복지국가라는 환상을 조금 달리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시대배경이 1960년대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스웨덴이라는 국가도 빈부격차도 크고 실업문제도 심하게 겪고 있다는 점이죠.
그녀와 그녀의 자식들은 끊임없이 직업을 구하고 찾아야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못해 짧은 기간 일하고 또 다른 직업을 구하고 항상 경제난에 시달려야 했지요.
그녀는 끊임없이 소유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자신의 경제난에 불만을 털어놓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일상을 꾸역꾸역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빈곤층이 갖게 되는 사회에 대한 불만이나 삶에 대한 악과 독기가 그녀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자존감이 높다라고 해야 할까요?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겠지만(아마도 그 시대에는 자존감이라는 개념조차 없이 않았을까요?)그녀는 분명 자존감이 높고 삶에 대한 자세가 진지한 사람입니다.
다음으로 사람이 살면서 힘들 때 숨통을 트일 수 있는 무언가를 갖고있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녀에게는 일기를, 또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는 형태로 끊임없이 글을 써내려갑니다.
요근래 방송에서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했어요.
사람이 취미를 갖고 있는 것은 삶의 질 측면에서 정말 중요한 것 같다구요.
취미가 있으면 시간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취미생활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구요.
취미가 없으면 시간이 있으면 그냥 소파에 드러누워 TV를 보던가 스마트폰을 뒤적거리며 하릴없이 시간을 때운다구요.
그 말을 듣고 보니 제가 책을 좋아하는 취미가 있다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더군요.
저 역시도 주말에는 그냥 아무생각없이 멍때리면서 TV를 보는 시간이 많거던요.
하지만 책을 읽거나 밖으로 나가서 잠시 걸으며 바람이라도 쐬면 하루를 정말 알차게 보냈다는 느낌을 갖거던요.
이런 느낌을 갖는게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크게 작용하는 것 같네요.
그녀 또한 글을 쓰는게 취미는 아니겠지만 글을 쓰면서 경제력이 빈곤한 삶을 너무 나락으로 떨어뜨리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에 대한 소감은 이렇게 마무리하겠습니다.
책을 처음 읽을 때 문장이 깔끔하지 못해서 뭔 번역을 이따구로 해놓았나 생각을 했지만 읽으면서 아마도 저자의 문장에 원래 이러했겠구나 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아마 원전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려고 했겠다라고 이해했습니다.
왜냐하면 초등학교만 졸업해서 글쓰는 재주가 없다고 저자가 수차례 밝혔거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