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의 자서전
어느 베스트셀러의 기이한 운명 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작가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안드레아 케르베이커는 1989년 베니스의 저명한 정신분석가인
체자레 무자티의 장서 2,000권을 한국돈 50만원에 구입했고
애서가이자 장서가인 본인에게는 너무나 큰 행운이지만 비참한 책의 말로에 분개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책을 의인화해서 쓴 즉 책이 주인공인 이야기이다.
그럼 우선 책인 나의 프로필을 한번 보자.
1938년생, 초판본. 여성을 모르는 소년이 주인공인 이탈리아 소설.
꽤 여러 판을 거듭 찍었지만 작가의 대표작은 아니며
작가는 시를 쓴 적이 없는 남성 작가로 여겨짐.
스스로 헤밍웨이나 스타인벡 급이라 여기지만 노벨상 후보에는 오르지 못함.
지나치게 참여적이지는 않지만 인간의 상황들과 삶이라는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
파시즘기의 젊은이를 테마로 하는 영화화 작업에 참고자료가 되었음
이라고 되어있다.
이탈리아 문학을 잘 모르니 우리나라에 대비해서 어떤 책일까 생각해보았지만
딱히 떠오르지는 않았고 굳이 어떤 책인지 추리해보지 말라는 설명도 있었다.
주인공은 주인이 네번 바뀌었다.
첫번째 주인은 17살의 젊은이였고 39년간
주인의 책장에 있다 주인이 죽고 난 다음 그의 부인이 고물상에 팔아버리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두번째 주인은 그냥 독서광이었고 두번째 주인이 그를 고서점에 팔아버려
세번째 주인인 시나리오 작가를 만나게 된다.
세번째 주인은 파시즘기의 젊은이를 테마로 영화를 만들려고 하여 이 책을 참고자료로 보았다.
시나리오 작가 역시 고서점에 주인공을 팔아버리고 재활용 폐지가 될 운명에 처해 있다 극적으로 네번째 주인을 만나면서
이 책은 끝을 맺는다.
책은 살면서 여러 고난을 맞이한다.
처음에는 라디오에 밀려 응접실에서 쫒겨났고 아이들의 장난감과 책에 밀려 책장의 자리를 내주기도 한다.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책은 또 한편으로 밀려나게 되고 이후 영화와 인터넷과도 경쟁에서 밀려났다. 요즘은 유튜브가 완전히 책을 대신하고 있다고 봐야겠다.
돌이켜보면 책도 많은 변신을 하고 있다.
전자책으로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려고 하고 있으며 오디오북도 등장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생각해보면 활자책은 항상 위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
출판시장은 위기라는 언론기사를 항상 보았던 것 같고 한국인의 독서량이 어떻다 저떻다 하는 기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부산 동보서적이 문을 닫았을 때 생각이 났다.
부산에서 약속이 있으면 항상 한시간 정도 일찍 출발해서 동보서적에 들러 책도 구경하고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는데
동보서적은 항상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책을 좋아하는 구나라고 했지만 막상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서점에 있는 사람들에 비해 많지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수에 비례해서 매출이 현저히 적었던 것이겠지.
아마 매장을 운영할 정도의 매출만 유지되었어도 폐점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추측을 해본다. 그러고 보면 나도 동보서적은 늘 들러기만 했지 거기에서 책을 구입했던 적은 없었다.
자 이제 나의 책장에 있는 책들을 돌아보자.
저 녀석들이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저 주인놈은 한번 읽고나면 다시는 돌아보지 않는구나 라고 하지는 않을까?
나는 분명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장에 보관을 하지만 항상 새로운 책에 우선순위를 뺏겨
기존의 책은 계속 자리만 차지하고 있고 또 새로운 책에 밀려 이쪽 저쪽으로 위치를 옮겨가며 서러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그럴바에야 차라리 나를 중고서점에 팔아버려랴 라고 아우성을 칠지도 모르겠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중고서점에 팔기에는 책이 너무 아깝다.
특히 초판본 구입하는게 취미인 나에게 초판본 책들은 절대 중고서점에 보낼 수가 없다.
그나마 베스트셀러라는 책들이 이럴진대 유명하지도 않았던 책들은 어떤 운명을 갖게 될까?
출판과 동시에 중고서점으로 가거나 아예 재활용 폐지업체로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초판 1쇄 후 절판되는 경우도 많을테고(2쇄 이상 인쇄되는 경우보다 절판되는 경우가 훨씬 많지않을까?)
그나마 책장에 꽂혀 일생을 보내면 다행일테고 종이박스에 담겨 어느 어두컴컴한 창고에 쳐박혀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마무리가 잘 되지는 않지만 책은 여전히 생명력을 갖고 있고 책은 꾸준히 읽어야 한다.
이동진 작가가 그런 말을 했다.
책은 진입장벽이 너무도 높다라고.
몸과 마음에 나쁜 것은 처음부터 재미가 있다고. 가령 게임이나 도박등등
하지만 책은 재미가 있을려면 정말 꾸준히 10년정도는 읽어야 재미가
느껴진다고.
생각해보면 그렇다.
책이 재미없다고 하시는 분들께 권한다.
10년정도는 시간을 갖고 꾸준히 읽어야 재미가 있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