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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간의 기록
  •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 조기현.홍종원
  • 18,000원 (10%1,000)
  • 2024-01-17
  • : 2,148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는 쓰러진 아버지를 돌보며 돌봄에 관한 책을 쓰기 시작한, 돌봄 청년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조기현과 방문 진료의사 홍종원, 사회를 맡은 김경훈 편집자가 '돌봄'을 주제로 나눈 대화를 기록한 대담집이다. 목차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돌봄이라는 주제로 관계, 가족, 정부 정책, 문화, 권력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보통의 사람들은 돌봄을 생각하면 간호, 육아와 같은 신체능력이 제한돼있는 상태의 대상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사전에 적혀있는,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관점에도 방점이 찍혀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돌봄은 약자에게만 한정돼있지도 않고 단순히 일방적이고, 시혜적인 것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돌봄을 한 당사자기이도 한 조기현 작가와 많은 환자와 방문진료를 한 홍종원 선생은 돌봄의 현장과 어려운 상황에 있는 가족들의 현실을 봐왔기 때문에 돌봄에 관해서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와 당면한 문제들을 이야기한다. 돌봄의 관점에서 세상을 좀 더 개선해야 한다는 말이 때론 공상적이고 너무 이상적인 것이 아니냐 말할 수 있지만, 조기현 작가가 말한 것처럼 그것을 미래에 도달해있을 세상으로 생각하고 현재 우리가 논의해야 하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현실에 파묻혀지지 않고, 현실에 압도되지 않"(273p)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돌봄을 이야기하면, 여성에게 돌봄노동이 국한되어 있는 현실을 말할 수 밖에 없다. 이후에 언급되지만 노년의 여성들은 요양센터 입원을 선호하는데, 집안일에서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돌봄을 떠맡는 영 케어러들은 주로 이혼가정과 같은 상황으로 여성이 수행했던 돌봄을 이어받은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돌봄 노동은 현재 여성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으나 남성 또한 돌봄의 주체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으며 남성의 돌봄 노동도 늘어가는 추세임을 말한다. 대체로 많은 돌봄은 권력관계에 있음을, 성별 불균형 문제뿐 아니라 가족 중에 가장 약자가 돌보는 일을 감당하고 중요한 결정은 지불 능력이 있는 사람이 하는 구조처럼 한쪽이 부담을 많이 지는 현실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돌봄노동자’ 평균임금 60%, 월 169만원 번다…비정규직 77%

 

돌봄에 대해 이야기할 때 돌보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어릴 적 돌봄의 상황을 경험한 조작가는 돌보는 사람은 자신의 욕망을 갖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어야 자신의 의미를 지우지 않고 곳곳 하게 서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게 지우는 무거운 짐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돌봄을 제공하는 자와 받는 자가 확실하게 나뉘는 현 제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할 기회를 준다. 돌봄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말을 나누고 서로 이해하고 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돌봄을 받는 사람도 하나의 주체임을 생각해야 한다. 여기서 조기현 작가는 '장소 안도감' 개념을 이야기한다. 일본의 '이바쇼'에서 온 말로, 개인이 물리적인 공간 안에서 어떤 장소성을 획득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는 개념'이라 말한다. 이를 통해 사회와 연결됨을 느끼는 정도를 파악한다. 이를 통해 돌봄 서비스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신체적 상태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고를 벗어나 관계에서 위축되고 주체로 서지 못한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돌봄의 대상은 그 누구나 될 수 있다. 남녀노소 즉, 청년도 돌봄이 될 수 있음을 알고 돌봄을 받을 자격과 같은 고정관념을 무너뜨릴 필요가 있다. 또한 이 책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돌봄은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돌보는 시스템을 한쪽이 제공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다. 대화를 나누는 것은 서로를 치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서로를 돌봄으로 사회적 문제들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 또한 고정관념들을 무너뜨려야 하는데, 조작가는 현재 가족의 형태가 바뀌면서 전통적 가족 모델에 맞춘 정책을 변경할 필요성을 말한다. 또한 이것은 돌봄의 주체를 가족 구성원으로 돌림으로써 사회 혹은 정부의 책임을 피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두가 돌봄을 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전제는 우리가 모두 돌봄 수혜자고, 돌봄을 받아왔고, 받을 사람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무임승차를 하지 않는 방법을 같이 모색해야죠.

127p

돌봄은 일종의 짐으로, 누군가에게 떠맡겨진다. 돌봄이 사회적으로 저평가되고 인정받지 못하니 경력 단절과 같은 현상이 생긴다. 사회적으로 가치가 낮아져 개인도 사회도 돌봄에 투자를 하지 않으니 사회문제가 반복된다. 우리는 돌봄의 가치를 낮게 보기 때문에 돌봄에 시간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홍종원 선생은 돌봄과 관련해 일종의 대안으로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 돌봄)- "자기가 살던 지역에서 나이가 들어서 병을 앓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편안하게 맞을 수 있도록 여러 서비스를 주체적으로 이용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 를 강조하는데, 시민참여의 보장과 참여의 보상 등의 구체적인 지원도 필요함을 말한다. 시설과 병원 중심의 돌봄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커뮤니티 케어 정책은 사업의 하나가 아니라, 복지, 의료 분야 전체에 커뮤니티 케어의 철학을 담아야 해요. 일자리 정책도 지역 단위 일자리 정책으로 가야 하고요."

 

요양 시설과 장애인의 탈시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요양 시설을 그저 편리한 해결책으로 봐야 할까? 조작가는 요양 시설에 간 후 상태가 악화된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탈시설 혹은 탈요양원을 한다고 해서 집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고 보호자가 조금 더 편한 사회가 될 수 있을까? 모두 확실한 해답을 내놓진 못한다. '탈시설' 문제는 정말로 민감하고 어려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탈시설은 장애인의 주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조건이지만, 또 그 사회가 탈시설을 할 만큼 시설과 제도, 문화가 갖춰져야 하고 또 다른 피해 혹은 부담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어려운 주제에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돌봄'이라는 관점은 항상 살아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시설 장애인들이 탈시설을 원치 않는 진짜 이유 / 정다혜 - 비마이너

 

지금의 사회는 '반돌봄 윤리'가 지배하도록 향하는 사회가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한다. 조작가는 '돌봄받지 않아도 되는 존재'를 신자유주의 체제가 강화하는 인간상이라 말한다. 서로를 책임질 필요 없이 독립적인 인간상을 만들고 약한 사람은 따로 처리하거나 관리해야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의존을 죄악시하는 문화가 돌봄의 의미와 이미지를 더욱 퇴식시킨다. 우리 사회는 강하게 독립된 한 인간상들로만 채워진 것이 아니다.

 

조기현 작가는 홍종원 선생의 방문진료를 따라간 일화에서 홍선생이 "사실 저는 잘 몰라요. 잘 몰라서 더 많이 들어요."라 말하는 걸 보며 "그는 누군가의 집에 방문할 때, 그곳에서부터 치료 방법을 찾는다고 했다." 말한다. 돌봄은 한 사람과의 관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만나보고 부딪혀야 하는 것이다. "만남 속에서 길을 찾는 의지의 산물"(334p)로 표현되는 것. 의사와 환자. 어찌 보면 권력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 이 관계의 벽을 허무는 것이 진정한 '돌봄'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결국 우리는 '돌봄'의 개념을 특정한 사람이 제공하는 행위라기보단, 서로가 나누며 세상 안에서 숨 쉬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돌보는 행위를 해 본 사람은 혼자서 감당하는 것의 어려움을 알 것이다. 우리는 돌봄이라는 짐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힘,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 가기 위해 서로 나눠 갖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추가로 이 책은 김경훈 편집자가 주도적으로 질문을 만들고 조기현 작가의 책을 포함한 여러 돌봄책을 읽고 대화를 나눴다는 점에서 편집자의 역할이 돋보였던 책이다. 책 하나가 나오기 위해선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한데, 잘 보이지 않는 역할 중 하나가 편집자다. 편집자의 적극적 개입이 이런 대답집을 만든 것처럼, 사회도 서로가 맞닿아 적극적으로 개입해 같이 만들어 가는 것임을 생각해 본다.

이 책은 아직은 도래하지 않은 '돌봄이 순환하는 세계'를 함께 상상하고 만들어갈 돌봄의 동료에게 건네는 연서다

13p

 

* 한겨레 출판에게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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