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이 책은 "우디 앨런 버전의 <한나절에 읽는 프로이트>"라 할 만하다.
(우디 앨런처럼 까칠하고 소심해 뵈는 소파가 화자라니... 기발! ^^)
"하룻밤에 읽는~" "한권으로 읽는~" 등의 시리즈가
해당 주제의 입문자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더 잘 어울리듯, 이 책 또한 그러하다.
"하하" 웃기보다는 "킬킬" 웃게 되는 우디 앨런 식 유머(냉소적이되 인간적이고
비꼬는 듯 경탄하며, 짖궂으면서도 장난스런~)를 구사하는 이 책은
프로이트 혹은 정신분석학에 관해 약간의 사전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더 재미난 책이다. 그러나 그 사전지식이라는 것도
일반적인 상식 수준이면 충분하다.
저자가 작가 겸 만화가인지라 일단 이 책은 일러스트의 매력이 충만하다.
이미 검증된 일급 번역자 또한 미더운 번역을 보여준다.
사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프로이트가 철학자 칸트 혹은
<80일간의 세계일주>의 주인공 포그씨처럼
매사에 똑떨어지고 시간을 엄수하는, 강박관념으로 가득 찬
"걸어다니는 시계형 인간"인 줄 어찌 알았겠는가.
게다가 구강기, 항문기 어쩌구 하며 군것질거리를 입에 달고 사는 나를
부끄럽게(?) 만든 프로이트 역시 못말리는 골초였다는 사실도 새삼 알게 됐으니...
그러고보니 자료사진 속 그는 늘 손가락 사이에 굵은 시가를 끼고 있었던 듯도 하다.
시가도 남근의 상징이라면 이 또한 매우 프로이트적인 포즈 아니겠는가. ㅋㅋ
역시 지식은 "쓸모없고 시시콜콜한 지식"이 최고야~~
전반적으로 만족스런 이 책에 옥의 티가 하나 있다면
그건 각주 표시가 혼동된다는 점이다.
이 책에는 숫자로 표기된 각주와 별 모양으로 표기된 각주가 함께 등장하는데
그것이 저자의 주인지, 역자의 주인지, 그도 아니면 친절한 편집자의 주인지
어디에도 안내 멘트가 없다. (내가 못 찾은 거면 어쩌지? --;;)
출판사에서 재쇄 찍을 때 살짜쿵 일러두기를 넣어주면 어떨까...
어쨌거나 이 책은 독일어 원제 그대로 프로이트의 진실을 보여주는 데 충실하고
매 페이지 수록된 일러스트 또한 익살맞고 유쾌하다.
그러니 한번쯤 "상담실 소파의 프로이트 뒷담화" 읽기에 동참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