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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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ida
  • 별의 계승자
  • 제임스 P. 호건
  • 9,000원 (10%500)
  • 2009-06-19
  • : 706
별을 쫓는 자 이후로 맞이하는 심장 마구 뜀. 제목도 비슷하군. 아, 지금도 심장이 뛴다.

책을 덮으며 몹시 슬펐다. 아으, 나는 왜 이 책을 2009년에 읽어야 하는 걸까. 우리는 뭐가 부족해서 이 책을 30년이나 지나서 봐야 했던 걸까. 이 책을 1977년에 볼 수 있었던 전 세계의 사람들이 다 부럽다. 1977년작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수준의 소설이다.

Z건담과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말에 아니 이런 대형 스포일러를 해도 되는가 싶었는데 다행히 둘 다 내용상의 모티브가 아니라 에피소드 제목 하나를 이 책 제목을 땄다는 것이었음. 오히려 저 홍보문구 때문에 중간에 예상을 잘못했다. 교묘한 흐리기인가 혹시.

달 탐사선이 달에서 시체 하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모여서 시체의 분자 하나하나까지 분석을 시작한다.

헐리우드에서 무슨 일 터질 때마다 전 세계의 과학자들 모아 놓고 수다 떠는 거야 전통이지만 대부분 모여서 ‘신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멸망시키나니’라든가 ‘세상에는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일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피라미드…….’ 등등으로 과학자 아니라 일반인 모아 놔도 그 정도 소리는 하겠다 싶은 개수다를 떨다가 결국 그 수다는 무용지물이고 과학적으로 해명 불가능한 외계인의 문명이 강림하시거나 세상은 러브 앤 피스 인간은 바이러스 어쩌고 두리뭉실 끝나는 반면에, 이 책에 모인 과학자들은 놀랍게도 진짜 과학자들이다. 와, 진짜 과학자들 모인 거 처음 봤다. 게다가 자기들 아는 것 많다고 이런 것쯤 설명 안 해도 교양 있고 과학지식 풍부한 일반인은 다 알죠. 하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기초과학부터 모두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설명해준다. 생물학 물리학 역사학 진화학 언어학 천문학 다 나온다. 만세만세만세. 만세 삼창. 시체 하나가 태양계의 역사 전체를 밝힌다. 마치 세상에서 처음 발견된 공룡화석 하나가 지구 연대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듯이.

주로 화석분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지만 새로운 증거가 나타날 때마다 가설이 뒤집어지고 다시 뒤집어지고 수정되고 보완되는 바람에 반전에 반전을 반복하는 액션영화를 방불케 한다. 책의 90%가 회의로 진행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가설을 뒤집는(혹은 보완하는) 증거가 등장하는 바람에, 책을 읽는 내내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인류문명기원설을 다 떠올려 볼 수 있었다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 코리엘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으면 보고 싶다. 자료로만 슬쩍 나타나는 인간이 이토록 매력적일 수가. 혹시 4부작 중에 없나요.
* 콜드웰이라는 사람이 나오는 바람에 뭐 관련 있는 사람인가 했다.
* 중간에 헌트 승진한 거 아무리 봐도 ‘부하 여직원이 한 일 은근슬쩍 자기가 한 일처럼 만들어놓고 입 싹 씻고 승진 및 이직’ ……아니었나. 너 그래도 되는 거냐. 숨은 인재였으나 역사의 뒤안길로 묻힌 린 갈런드에게 애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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