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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ida

영화가 좋기는 좋구나. 나올 가망성이 없을 거라고 믿었던 만화가 출간되었다.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구입했다. 데스카 오사무 전집은 때를 놓치면 다시는 구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해 왔기 때문에...

일본 역사에 등장하는 '다이고'가 천하를 얻게 된 것이 자신의 아들을 요괴에게 바친 대가라는  설정에서 시작, 48마리의 요괴에게 48군데의 몸을 빼앗긴 소년이 자신의 몸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사람들이 파리처럼 죽어가는 비참한 시대는 요괴가 성행하는 세상으로 대변된다. 눈을 얻고 처음 밝은 세상을 보고, 귀를 얻고 처음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성대를 얻고 처음 자신의 목소리로 말을 하는 과정은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대장정이다.

책을 보기 전에 PS2게임으로 접했었는데, 꽤 원작의 스토리를 잘 살렸으면서 또 괜찮은 결말을 끌어내었다는 것에 감탄했다. 이 책은 사실 중도에 단절되듯이 끝나버려서, 48요괴 중 반도 못 만나고 결말을 낸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아쉬운 점이다. 게임은 48부위를 모두 찾는 이야기를 넣어 준 데다, '도로로'와 '하키마루'의 관계에도 재미있는 설정을 추가한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한번 해 보시길. (영화보다 나을 것이다!)

3,4등신의 옛 그림체여서 잘 인식이 안 될뿐이지, 내용을 뜯어보면 엄청 고어하고 잔인하다.

그림체만 현대식으로 바꿔서 이 장면을 연상해 보시라.

천하를 얻기 위해 자기 아들을 판 것에서부터, 48부위가 없는 사실상 절대기형아인 주인공에서부터(의안, 의수, 의족, 인공심장, 인공뼈 등등...),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어느 것 하나 편안한 것이 없다. 도로로 같은 어린애를 고문하고 때리는 장면은 예사다.

옆 장면도 현대식으로 바꿔보면... (야한가?)
주인공들이 옛 그림체여서 그렇지 벗기도 훌떡훌떡 잘도 벗는다.

이 만화는 '사파이어 왕자'가 순정만화의 시작이었듯이, 요괴물의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있다. 현대의 요괴물이 도로로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도 있으니까. '도로로' 를 본 누군가가 '이누야사 베꼈네!' 하는 말을 살짝 들었는데, 반지의 제왕을 보고 '리니지 베꼈네!' 하는 말과 비슷하다 하겠다.

일본에서는 신으로 섬겨지는 데스카 오사무건만, 한국에서는 '너무 늦게 소개되었다'는 것이 땅을 칠 일이니, 요즘의 화려한 그림체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데스카 오사무의 스토리텔링은 현대에 접해도, '과연 신이었구나'하고 감탄할만한 것이다. SF와 시대물에서 의학스릴러를 넘나드는 그의 세계는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날 수가 없다.

학산은 그래도 꾸준히 데스카 오사무를 내 주는 편인데, 데스카오사무의 인물 희화화에 대한 양해는 계속 하면서 뭔가 해설이나 비평을 넣어주지 않는 것이 아쉽다. 한국에 늦게 소개되는 작품군인 만큼, 이런 저런 인터뷰나 기사, 비평, 역사적 의의, 그 작품이 이후 어떤 식으로 일본 만화에 영향을 끼쳤는가를 부록으로 넣어주면 판매량에도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마지막에 데스카오사무의 변이 들어가 있지만 약한 느낌이다. 어차피 아이들에게 어필할 수 없다 치면 매니아층과 나이든 사람들에게 어필할만한 뭔가를.

그래도 내 주는 게 어딘가. 그저 감사할 뿐이다. 아톰도 실사 영화화 된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 때에 아톰 만화도 다시 출시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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