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샀다가 아주 당황하고 말았다. 맙소사, 내용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당황한 나머지 전문을 다시 찾아 읽었다. 이 뜻이 그 뜻이었구나! ... 어린왕자는 백 번쯤은 읽었겠지만 갈매기의 꿈은 한 번 읽고 제쳐 두었었다. 안그래도 무한 경쟁에 찌들어 사는 불쌍한 어린이에게 이게 또 무슨 망발이람 싶었다. 날긴 뭘 날아. 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그리고 '갈매기의 꿈'이 추천도서에 오를 때마다 삐죽거렸다. 뭔가 저항하는 독후감을 썼던 것 같기도 하다.
...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거로군. 내게 추천해준 어른들 역시 전혀 그 의미를 알지 못했던 것이고. 나는 지금까지 이 이야기가 쓰레기장에서 고기 남들보다 좀 더 많이 먹으라고 가르치는 것인줄 알았다.
어째서 읽고도 몰랐단 말인가!
무슨 갈매기가 빨리 날다 못해...
... 빛의 속도를 초월하여 날아 시공간을 넘고 현재와 과거와 미래를 날며 우주를 비행하다가 삶과 죽음마저 뛰어넘는단 말이냐! .... 전혀 몰랐다. 갈매기가 은하계를 날고 있는 장면에선 아주 입을 벌리고 말았다.
이 이야기가 '로봇'이나 '해피피트'로 이어지는, 남들과 다른 존재가 동족에게 추방당하여 고난당하다가 결국 선지자가 된다는 이쪽 애니메이션 구조의 원형을 그대로 갖고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고. 장관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비롯하여 닐 다이아몬드의 음악도 멋드러진다. 내내 노래가 흐르는 관계로 뮤지컬스럽기도 하다.
단지, 주인공이 계속 다른 놈이 된다 ^^;; 몸 색이 계속 미묘하게 변한다. ... 옛날 영화라 요즘 같은 애니메이션 효과나 특수촬영을 기대할 수도 없고, 살아있는 갈매기의 연기력을 기대하기도 힘들지만, 아름다운 바다와 하늘, 눈부신 비행의 풍경만으로도 살만한 가치가 있다. 게다가 3000원도 안 하는 가격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