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희망은 있는가?
배우 김혜자씨의 방송인터뷰가(3월 중순경) 있자 마자 나는 그분의 책을 샀다.
<꽃으로도 대리지 마라>
그러나 나는 그 책을 서가에 꽂아놓은 채 차마 읽을 수가 없다. 방송에서 그녀의 목소리 몇 마디를 듣는 것만으로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책을 꽂아 놓은 채 하루에 몇 번 씩 바라보고 만져본다.
희망이라는 것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
이 글을 쓰는 나나 이 글을 읽는 분들이나 모두 자신의 고통 속에서 희망 따위는 없다고 말하고 싶을지 모르겠다. 어떤 분은 건강 문제로, 어떤 분은 부부간의 문제로, 어떤 분은 어쩔 수 없이 진 카드 빚 때문에.....
사실 우리의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 곳에서도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세상은 전쟁과 살륙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고 정치는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고 청년실업자는 나날이 늘어나고 가난한 사람과 돈 많은 사람의 간격은 점점 벌어지고 문화는 퇴폐의 징후를 보이고 종교는 자신의 아성 속에서 민중의 고통을 외면한 채 자신의 배만 불리려고 하고......
그러나 과연 그럴까?
세 명의 여인이 떠오른다.
마더 데레사, 배우 오드리 헵번, 그리고 배우 김혜자.
진정으로 여성적인 것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는 구절이 이 시대에 복음처럼 들려온다.
앙리 듀낭이 솔페리노의 참상 속에서 느꼈던 바로 그 진실을 오늘 배우 김혜자는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혜자씨 역시 처음에는 절망을 느꼈다.
처음에 에티오피아를 방문하고 나서 너무도 절망이 컸던 나머지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다시는 이런 곳에 오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혼자 짊어지기에는 너무나도 큰 절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로 공단의 어느 미싱사 아가씨가 소년소녀 가장 돕기에 쓰려고 꼬깃꼬깃 모아두었던 돈 8만 천 원을 사랑의 빵 성금으로 내고 싶다는 전화를 받는 순간
"신이 나의 손을 잡아 이끄는구나."하고 마음을 바꾸었다고 한다.
절망적인 이 시대 속에서, 우리 개인의 온갖 절망을 넘어서 나는 희망을 본다.
오늘 나는 깊은 절망 속에 있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그러나 나는 절망할 자격이 없다.
왜냐하면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8만 천 원을 내놓겠다고 했던 가난한 미싱사 아가씨, 배우 김혜자, 그 예뻤던 오드리 헵번, 그리고 인류의 어머니 마더 데레사....
그래, 이들이 있는 한 아직도 희망은 있다.
마지막으로 김혜자씨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한테 제대로 해주지 못해 늘 미안했는데 그런 아이들은 엄마한테,
'새벽 3-4시까지 책 읽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고 오히려 이해해 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