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여인이 있다.
오드리 헵번, 마더 데레사, 그리고 배우 김혜자,
로마의 휴일에서 너무나 깜찍하고 발랄한 모습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헵번이 어느날 갑자기(?) 아사직전의 아프리카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을 보았을 때 세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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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여성은 예뻐야 하느니라, 그래서 악한 여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예쁘지 않은 여인은 용서할 수 없노라, 라며 남성우월주의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배신감 마저 안겨 주었던 이 사진은 그러나 세계인의 양심에 커다란 쇠망치가 되어 되돌아왔다.
마더 데레사가 지난 20세기에 살았던 인간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여인이었다는 사실은 되새길 필요도 없겠다. 그녀의 가장 위대한 점은 끝없는 겸손이었다. 말로 강변하지 않고, 논리로 설득하려하지 않고 아무것도 내세우지 않고 자신의 신앙과 양심에 따라 묵묵히 실천했을 뿐이다.
아침에 뉴스를 듣다가 배우 김혜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프리카와 북한 등 세계의 굶주리는 어린이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해온 분이다.
이번에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라는 책을 냈다고 한다.
"저는 그냥 촬영이 끝나고 해서 가볍게 여행이나 가려고 아프리카에 갔다가 하루종일 그냥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다녔어요. 눈물샘이 끊어진 것처럼..."
그녀는 강조하지도 않고 주장하지도 않고 홍보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듣는 이로 하여금 절절하게 공감하게 만들고, 같이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그래, 당장 그 책 사야지, 이런 감정이 들게 만드는 것이다. 왜 그럴까? 100% 가식이 없기 때문이다. 진정은 사람에게 그대로 전염이 된다. 세상에 이 보다 더 훌륭한 홍보는 없는 법이다.
"그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과 똑같아요. 똑같이 숨쉬고 똑 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아파하는...그런데 단지 아프리카의 그 곳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굶주리고 죽어 가는 건 너무 가슴아파요. 한끼에 100원, 하루에 300원만 있으면 죽지 않을텐데, 그냥 굶어죽는 거예요."
"세상사람들은 본질적인 것에서 눈을 돌리고 너무 비본질적인 것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아요. 화살에 맞은 사람을 살리는 게 중요하지, 그 화살이 무슨 나무로 만들어졌냐 하는 게 뭐 중요하겠어요?"
그러니까 지금 인류가 당면한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는 굶주리고 죽어 가는 어린아이를 살리는 일이라고 김혜자는 강조한다. 이보다 더 옳은 말이 어디 있으며 이 보다 더 쉬운 일이 또 어디 있으랴? 단지 우리는 그 길에서 눈을 돌리고 있을 뿐이다. 전 세계의 전투기의 100만 분의 일, 전 세계의 핵무기의 1000만 분의 일, 전 세계의 환락가의 1억 분의 1 만 가지고도 이 아이들을 살리 수 있는데 말이다.
김혜자는 끝으로 이렇게 말한다.
진행자가 "동참하려면 월드비젼으로 연락하면 되나요?" 라고 묻자
"아니예요, 책 뒤에 구호단체의 명단을 죽 써 놓았으니까 자기 마음에 드는 데를 골라서 참여하시면 돼요."
진정한 봉사자요, 홍보의 달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