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구엘 <밤의 도서관>
deekei 2015/06/0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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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 도서관
- 알베르토 망구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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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 2011-05-30
: 1,339
망구엘은 '거의 모든 도서관'에서 대출해 온 책들을 좁은 방에 모두 펼쳐놓고 그가 예전에 보르헤스에게 그랬던 것처럼 내게도 읊어준다.
책과 도서관을 향한 그의 박식한 러브레터 듣기가 힘든 것은 역시 내가 보르헤스가 아니라는 분명한 증거다.
시종일관 어려웠던 내용 중에서 '과거는 모두에게 개방된 서가' 라는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과거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 누구든 과거의 사실을 자기 앞으로 가져와 사유한다. 그리고 하나의 책이 각각 다른 의미로 읽히듯 과거도 그렇게 개별적인 의미로 각각 존재한다. 그렇게 산개된 문맥들은 모임과 해체 과정을 거쳐 현재의 구조를 만들고 다시 미래를 위해 문을 열어둔다.
어떤 힘은 그러한 구조의 상부로 부양된 자기유지를 위해 개별적인 '존재', 개별적인 '앎'을 배척한다. 기득된 구조의 고수를 통해 미래에 다가올 박탈을 강하게 부정한다. 그 힘은 '제거'나 '소외' 를 통한 폭력적인 보편화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에코가 가상한 눈 먼 호르헤 수사처럼 장서관의 밀실을 잠그고 미래의 열린 공간을 지운다.
자기유지를 위해 자기미래를 지우는 모순이 내재된 보편화의 대가는 파국이다. 호르헤 수사의 장서관은 그렇게 3일 밤낮으로 불탔다. 폐쇄된 과거는 그만큼 위험하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그런 힘이 지금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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