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읽는 재미를 잊어버린 마당에 왜 연이은 독서로 소설을 선택했는지. 표지의 화려함에 홀라당 속아 『수상한 중고상점』을 구매했고……읽었다. 안 좋은 느낌은 구매 단계에서부터 이미 확정이었다. 속은 것도 속은거니와, 애초에 읽고 싶어서 산 책이 아니었다. 알라딘의 매력적인 굿즈(뭐였는지는 까먹었다)를 얻기 위해 장바구니에 끼워 넣었다. 그렇게 일단 삐딱선 탄 채로 출발했다.
감상평의 제목은 책에 대한 내 감상을 관통한다, 부정적인 의미로. 책 띠지나 후면의 문장보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팝니다. 아픈 마음까지도 매입합니다!’, ‘물건에게도 기회가 있는데, 인생이라고 다를 게 있나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잇는 따뜻한 감동(!!)’ 등등. 마지막에 언급된 책은 나도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더 설렐 수밖에 없었다. 잔잔하면서도 사건의 조각이 딱딱 들어맞는 퍼즐 같은 내용인가? 인생 철학을 중고 상품에 빗대어 풀어낸 서사가 있나? ……. ……. 설레발로 설렌 생각하면 지금도 킹받는다.
주인공인 ‘히라구시 마사오’는 동갑내기 사장인 ‘가가사기 조스케’의 중고상점에서 일한다. 그 가게에는 붙박이 객식구가 하나 있는데, ‘미나미 나미`라는 중학생 여자애다. 가사사기가 미나미 집안의 문제를 해결한 이유로 가게에 상주하고 있다.
이 셋은 중고품을 팔다 각종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그 사건의 진상을 밝힌다. 표면적으로는 가사사기가 추리하지만, 그의 추리는 맞는 게 없다. 전부 뒷편에서 히라구시가 풀어낸다.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가사사기의 엉터리 추리가 미나미의 웃음을 찾아주었고, 그녀가 강하게 믿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히라구시는 미나미의 웃음을 지켜주고 싶어한다.
이것이 내가 이 소설에 갖는 불만이다. 중고품에 얽힌 사연을 풀고 갈등이 해소되고, 구매한 중고품이 누군가에게 힐링이 되는 사연으로 다시 풀어지는 내용이 아니다. 이야기에 힘이 없다. 예를 들어, 1챕터의 청동상 사건은 해당 물건에 얽힌 인물이 중고상점에 물건을 처분한 게 아니다. ‘우연히’ 도둑이 청동상을 훔쳐냈고, ‘우연히’ 가사사기 중고상점에 처분했다. 우연이 거듭되니 설득력이 떨어졌다. 미나미 과거편에서는 미나미의 엄마가 이혼 후 아빠의 물건을 가사사기네에 팔면서 사건에 엮인다. 그 해결 역시 어처구니가 없다. 물건을 정리한 날 밤에 강도 사건이 발생하는데, 없어진 건 고양이 하나뿐, 그 역시 곧 돌아와 해프닝으로 끝난다. 그러나 가사사기는 엉뚱한 추리력으로 희안한 사건으로 재구성하고 미나미는 그 추리를 굳게 믿었다. 맞지도 않는 사건의 퍼즐을 억지로 맞추기 위해 히라구시는 무단침입을 감행했고, 따로 진범인 미나미의 아빠를 만나 사건의 전말을 풀어낸다. 매 챕터마다 열받는데, 굵직한 것을 꼽자면 이 두 가지 예다.
인물의 재활용도 별로였다. 청동상 사건에서 소년은 뭐하러 등장했나. 2챕터의 우사미 역할은 무엇인가. 미나미 집의 집사는 진짜 집사 역할만 하고 사건에 관련이 없다. 마지막의 절도범은 그냥 엑스트라였다. 잔잔한 이야기에 추리를 억지로 끼워 넣으면 이야기가 망가진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다 읽고 난 나의 마음은 진부하지만,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었다. 책 날개를 보면 작가가 의도적으로 본인 문체와 다르게 썼다는데, 그 부작용인가 싶기도 하다. 마음이 식으니 표지나 제목의 마케팅 요소도 킹받았다. 이 소설은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소설이 대성한 후 한국에 나왔다. 인기의 콩고물을 노린 것 같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만든다. 물론 이 모든 비판은 삐딱해진 내 편견이 빚어낸 결과물일 수도 있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별로였다, 이 말이다. 구석에 박아두고 두 번 다시 안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