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돌이다. 움직이는 것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한다. 해도 안 보고 컴퓨터 앞에만 있다 보니 절로 우울이 패시브로 달릴 지경이었다. 최근 여러 모로 몸이 안 좋아져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간단히 걷기부터 시작했다. 걷고 오면 지치긴 해도 기분이 나아졌다. 이러다 보니 예전에 사두었던 켈리 맥고니걸의 『움직임의 힘』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전작도 재밌게 읽었던 터라 기대감을 가지고 독서했다.
주변이나 인터넷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긍정적인 부류가 많다. 나로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행동이었다. 푸시업만 몇 개해도 힘들기만 하지 전혀 즐겁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와 다르게 그들은 왜 즐거워하는 걸까?
책에 따르면 우리가 운동을 할 때 ‘엔도르핀’과 더불어 ‘엔도카나비노이드(endocannabinoids)’라는 뇌 화학 물질이 분출된다고 한다. 엔도카나비노이드는 걱정이나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고, 통증이 가라앉고, 시간이 느리게 가고, 감각이 고조(p.33)되는 ‘대마초’의 효능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이 화학 물질은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유발하는데, 너무 가볍거나 너무 힘든 운동의 경우에는 변화가 없지만, 중간 강도로 움직일 경우에는 수치가 배로 늘어난다. 즉, 달려야만 ‘러너스 하이’를 느끼는 게 아니라 적당히 힘든 일을 20분 이상 꾸준히 수행하기만 하면(p.36) 되는 끈질긴 노력 끝에 맛보는 짜릿함이다.
또한, 근육에서 생성되어 신체 활동 중에 혈액으로 분비되는 단백질인 ‘마이오카인(myokines)’은 신체의 모든 조직에 영향일 미친다. 마이오카인의 종류는 여러 가지인데, 어떤 것은 뇌의 염증을 줄이고, 다른 것은 신경독성 화학 물질을 분해하기도 한다. 근육 수축과 관련된 움직임, 즉 모든 움직임이 유익한 마이오카인을 분비하며 희망은 바로 근육에서 시작될 수 있다(p.258).
그러나 운동을 습관화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매일 1만 보 걷기’를 계획했지만, 벌써 여러 번 빼먹었다. 날도 덥고, 다리고 아프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습관이 되지 않으니 이러저러한 핑계를 잘 만들어낸다. 이것이 실패를 뜻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운동 습관을 들이는 데 필요한 최소 ‘노출’ 시간이 주 4회씩 6주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p.64). 게다가 습관 형성에는 작은 성공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차근차근 걷는 일수를 늘려가고 있다.
앞서 운동을 하면 긍정적인 기분을 느낀다고 했는데, 반대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우울해질까? 어느 한 실험에서는 활동적인 성인에게 일정 기간 행동에 제약을 걸었더니 불안해하고 짜증의 빈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하루 평균 5,649보만 걸으면 불안과 우울증이 생기고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p.30). 엔도카나비노이드를 강제로 차단한 실험에서는 러너스 하이의 혜택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다양한 연구에서도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운동을 하루라도 거르면 불안과 짜증이 초래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운동을 3일간 못 하면 우울 증상이 나타나고, 1주일간 못 하면 심각한 기분 장애와 불면증이 나타날 수 있다(p.59).
개인적으로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걷기와 더불어 풀업을 매일 하고 있었는데, 어깨 통증이 심화되면서 그만두었다. 개수가 차차 늘어 재미를 느끼던 차에 이렇게 되니 급작스럽게 운동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연쇄작용으로 공부도 하기 싫고, 걷기도 귀찮아졌다. 물론 이유가 이것 뿐이진 않겠지만, 큰 영향을 끼쳤다고 확신한다.
쓰다 보니 이럴수록 더욱 걷기를 빼먹지 말아야겠다. 우울함을 강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웬만하면 1만 보를 채워 걷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5,649보 이상은 걸어야 한다. (고백하건대, 사실 오늘 빼먹으려고 했다. 저녁에라도 걷고 와야지.)
켈리 맥고니걸의 다른 저서인 『스트레스의 힘』도 재밌게 읽었는데, 맥락이 이어진다. 해당 책에서 ‘적당한 스트레스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운동 역시 적당한 강도로 진행해야 엔도카니비노이드가 분출되면서 긍정적인 기분을 이어갈 수 있다.
구체적인 목표가 없어 허우적거렸는데, 그 목표가 생길 때까지는 매일매일 ‘1만 보 걷기’를 목표로 삼아야겠다. 기분이 저하될 때는 운동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