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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雜想人
  • 방구석 미술관
  • 조원재
  • 15,120원 (10%840)
  • 2018-08-03
  • : 46,828

미술을 싫어하게 된 때를 떠올려 본다. 학창 시절, 중학생 때도, 고등학생 때도 그랬는데, 준비물을 안 가져오거나 수행평가 그림을 제때 완성하지 않으면 매를 맞았다. 주어진 시간도 짧았다. 나는 손도 느리고 예술 감각도 없어서 채색은 커녕 밑그림을 벗어난 적도 손에 꼽았다. 그러니 자주 맞았고, 재미는 잃었다. 그렇게 미술은 학창시절 내내 혐오스러운 주제로 남았다.


성인이 된 후 혐오감은 옅어졌지만, 주체적으로 찾지는 않았다. 가끔 회화가 취미인 친구의 전시회 구경 제안이 오면 보러 가는 정도? 최근 ‘초현실주의 미술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다시 관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리진 못해도 감상은 생각보다 즐거운 영역이었다. 흥미가 생긴 김에 책 쇼핑하면서 『방구석 미술관』을 구매해 읽었다.


14개의 챕터 중 들어본 예술가보다 모르는 예술가가 더 많았다. 또한, 들어봤거나 작품을 본 적이 있다 하더라도 깊이 생각해 본 작가는 하나도 없었다. 그냥 누구의 작품이구나, 하는 정도. 그러나 만물에는 존재의 이유가 있듯, 각 작품에도 작가가 왜 그러한 작품을 남겼는지 이유가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중에는 유독 노란색 계열이 많다. 이전에는 단순히 노란색을 좋아했다고 여겼다. 작가 중에는 무언가 하나에 꽂혀 그것만 주구장창 파고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것의 원인이 ‘압생트’라는 술일 줄은 몰랐다. 당시의 ‘압생트’는 매우 독한 술이며 과하게 마셨을 시 환각 증세를 유발했다고 한다. 고흐는 그 술의 중독자였다. 압생트에 취한 고흐에게 세상은 강렬한 노란색으로 보였으며, 더욱 강렬한 노란색을 찾기 위해 또다시 압생트를 찾았다. 그러한 악순환은 환청으로 발전해 자신의 귀까지 자르기에 이르렀다. 지독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덕분에 〈해바라기〉 같은 아름다운 작품을 볼 수 있으니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다.


표현주의, 야수주의,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그리고 초현실주의로 넘어가는 길목을 훑으면서 미술사를 보는 내 눈이 새롭게 반짝였다. 예전에는 ‘뭐 이딴 그림을 그림이라고 그렸어?’라는 시선으로 감상했다. 내가 볼 때는 하나 같이 두루뭉술하고 제멋대로인 게 다 거기서 거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나하나의 ‘주의’는 전 시대에 대한 신인 예술가의 몸부림이었다.


책에 등장하는 이들이 나타나기 전까지의 서양 미술계는 사실적이고 경외감 넘치는 구도로만 회화를 대해야 했다. 원근감이 중요했고, 신화나 진리를 찬양하는 내용을 주된 주제로 삼았다. 하나의 이념이 고착화되어 다른 이념을 억누르기 시작하면, 그 속에서는 반항의 씨앗이 발아하기 마련이다. 점진적으로 회화 기법은 개인을 중심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에드가 드가의 경우, 아름다운 발레리나 그림을 많이 그렸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돈을 벌기 위해 혹독한 연습 속으로 제 몸을 던지고, 부유층 남성의 후원을 받으려는 불쌍한 소녀들이다. 칸딘스키는 장면을 포착하기 보다 내면의 감정을 포착해 그리려고 애썼다. 뒤샹은 생활 물품을 통해 지식인의 아는 ‘척’을 비웃었다. 이들이 그러한 작품을 남긴 이유를 알게 되니 작품들이 다르게 보였다. 여전히 감탄사가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막말이 나오진 않았다.


개인적으로 작품은 관객이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아무리 고심했어도 관객이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작가의 잘못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의 무감각이 무지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니 생각이 바뀌었다. 관객 또한 작품이 의미 없다 비판하기 전에 작가의 고심을 한 번 알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것이 작품을 통한 작가와 관객의 소통이 아닌가. 아주 새까맣게 잊었던 사실을 상기한 기분이다.

미술 전문가가 될 생각이 아니라면 이 책처럼 흐름 정도만 알면 될 일이다. 관심이 생기고 구미가 당기면 알아서 깊이 파고 드는 게 사람이니까.


훗날 마음 끌리는 전시회가 열리면 적극적으로 관람해야겠다. 어쩌면 나도 그림 끄적거리는 날이 올지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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