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과 졸업생이면서 글을 더럽게 못 쓰는 사람을 꼽으라면 바로 나 자신이다. 그래서 ‘소설가’라는 꿈을 접었다. 이제 더는 내 인생에 글쓰기가 나를 옥죌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오판이었다. 일종의 프리랜서 지망을 포기했으니 자연스럽게 취준생으로 위치가 바뀌었고, 다시금 글쓰기 능력을 열렬히 요구당했다.
다름 아닌 ‘자소서’다. ‘이런 글 하나 못 쓰겠냐’며 자신만만했던 처음의 기세는 작성 시작 5분만에 돌아가셨고, 곧장 ‘자소서’를 떠올리기만 하면 괴로운 단계에 이르렀다. 꽤 오래 괴로워하던 차에 ‘인싸담당자 제이콥’님의 무료 온라인 강의를 참여하게 되었다. 3일 간의 강의에 감명받아 그의 저서 『너는 생각보다 자소서를 잘 쓴다』까지 구매했다.
자소서는 ‘나를 소개하는 글’이지만, 단순히 ‘나 이런 사람이에요!’로 끝나서는 안 된다. 기업은 명확한 근거를 선호하기 때문에, 자소서도 ‘○○한 경험을 통해 키운 △△ 역량으로 기업에게 이익을 안기겠다’는 확실한 근거가 담겨야 한다. 그렇기에 자소서를 쓰기 전, 선행 작업이 필요하다. 책에서 소개하는 3가지, ‘경험분해’, ‘역량사전’, ‘직무분석’으로 내 경험을 직무에 맞게끔 근거화해야 한다.
3가지는 상호보완적이다. ‘경험분해’를 통해 상황과 행동을 구분한다. ‘역량사전’에서는 어떤 행동이 어떤 역량을 의미하는지 찾아 ‘경험분해’의 해당 행동에 매칭한다. ‘직무분석’을 통해 A직무에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역시 ‘역량사전’에서 찾아 매칭한다. 가령, A직무에 B역량이 필요하고, C경험이 B역량을 활용했다면, ‘C험을 통해 키운 B역량은 A직무와 잘 맞는다’는 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경험분해 테이블’이나 ‘직무분석 테이블’을 보고 있으면 머리가 띵-해진다. 매우 귀찮은 작업임을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자소서 하나 쓰는 데 이렇게까지 해야 돼?’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저자가 위의 3가지를 핵심 도구로 삼은 이유는 자소서 쓰는 시간을 아끼기 위함이다. 미리 정리해 두었으니 자소서 쓸 일이 있을 때 해당 직무, 역량, 경험을 곧장 가져다 쓰면 된다. 미래의 시간 절약을 위해 한 번은 고생할 만한 것 같다.
‘경험분해’, ‘직무분석’의 기본 틀과 ‘역량사전’은 <OZIC>에서 무료로 제공한다. 작성 방법은 유튜브 채널 〈인싸담당자〉에 있다.
나머지 내용은 자소서 문항별 템플릿이다. 구직자의 유형별, 예를 들면, 유사 경험이 없을 때와 있을 때, 유사 경험은 없는데 시간은 있을 때 ‘지원동기’ 작성법 등 구체적인 작성 예시를 제공한다. 특정 문항을 작성할 때 흔히 하는 실수/착각(분명 내 걸 보여준 적이 없는데 들킨 기분)도 지적해줘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커뮤니케이션 역량에 대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실은 팀워크였음을 새로 알았다.
이 책을 읽고 실천한다고 해서 내 자소서 합격률이 올라갈 것 같지는 않다. 워낙 이력서가 개판이라 ㅋㅋㅋ 그래도 자소서에 대한 막막함은 사라졌다. 드럽게 글을 못 쓰는 나지만, 템플릿을 따라가면 얼추 쓸 수 있을지도?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잡혔다. 그런 점에서 꽤나 성공적인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