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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雜想人
  • 지루함의 심리학
  • 제임스 댄커트.존 D. 이스트우드
  • 16,020원 (10%890)
  • 2022-02-09
  • : 656

이번 주는 내게 괴로운 시간이었다. 충동을 이기지 못해 게임에 손댔던 날 이후로 스케쥴 관리가 엉망진창이 되었다. 늘 하던 공부에 염증을 느끼고, 아무것도 안 하자니 마음 한 구석이 불안했다. 도피 차원에서 게임을 했지만, 종료하면 불쾌감이 몰려왔다. PDS를 정리하며 하루를 되돌아볼 때마다 우울함이 짙어 졌다. 어제는 27시간 동안 깨어 있다 잠들기까지 했다.


나는 예전처럼 그냥 우울한 시기의 도래로 치부했다. 내 감정기복이야 워낙 고점과 저점을 자주 왕복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오래 끌고 가고 싶지는 않았다. 27시간 깨어 있었던 것도 의욕을 되찾으려는 시도였다. 다행히 이번 주 독서 책으로 『지루함의 심리학』을 고른 덕분에 회복이 빨랐다. 책에 의하면 나는 ‘지루함’에 갇힌 상태였다.


지루함의 현대적 정의는 ‘뭔가를 원하지만 만족스러운 활동에 참여할 수 없어서 아쉽고 불편한 마음’으로, ‘우리가 정신 능력을 발휘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서 무엇에도 몰입하지 못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p.35).’ 지루함은 다양한 동기(단순반복,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난이도, 주체성 결여, 낮은 정서 인식력 등)로 유발될 수 있는데, 이 감정 자체는 우리에게 무익 · 무해하다.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다. 지루함이라는 감정 자체는 어떤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다만, ‘고통처럼 지루함도 잠재력을 발휘할 행동이 필요하다는 중요한 신호다(p.79).’ 이 신호가 이익일지 손해일지는 전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렸다.


나는 이번 주 동안 지루함의 신호에 부정적, 긍정적 반응을 모두 실행했다. 부정적 반응은 앞서 이야기한 게임, 그리고 스트리밍 방송에 정신을 쏟았다. 물론 돌아온 감정은 해소되지 않은 지루함과 불안, 불쾌 등 부정적 감정이었다. 이러한 감정들은 하나의 행동으로 싹 씻겨 나갔다.


〈노마드 코더〉의 ‘트위터 클론 코딩’을 공부하면서 나는 프로필 사진 편집 기능과 피드 내 프사 노출 기능을 구현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하기에는 너무 높은 수준이라는 생각에 손도 대지 못했다. 하고 싶은 마음과 할 수 없다는 마음 사이의 괴리가 지루함을 유발한 것이다. 밤낮이 바뀌어 새벽까지 깨어 있을 때, 시도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손을 댔다. 날이 밝도록 고민하고 코딩한 결과, 내가 원했던 기능을 구현해냈다. 얼마나 몰입해 있었는지 정신 차렸을 때는 거의 8시간이 흐른 후였다. 이 뿌듯함과 만족을 경험하고 나니 지루함이 가셨다.


지루함이 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모두 돌고 나니, 그제야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내 상태를 인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지루함에 취약한 인간’이라는 점도 새삼 알게 되었다. 나 같은 부류는 지루함을 느끼는 빈도가 잦음은 물론, 더 자주 ‘꾸물거린다.’ 계획을 실행하기까지 오래 걸린다는 말이다. 이러한 원인은 ‘의미의 부재’에서 발생한다. 계획을 짜긴 했지만, 내 삶에 의미부여를 하지 않은 행동이라 하기 싫어 지고 금세 지루함을 느낀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앞으로도 지루함의 신호를 알아채지 못한 채 우울모드에 빠져 무의미한 행동에서 허우적댔을 것이다. 이제는 약간이나마 대응할 수 있다. 내가 어느 부분에서 지루함을 자주 느끼는지, 어떤 행동을 해야 몰입하여 지루함을 해결하는지 알게 된 까닭이다. 이런 면에서 살짝 메타인지가 상승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감탄사가 나오거나 임팩트가 강한 책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얻는 게 큰 책이다. 두껍지도 않고 어려운 용어도 없었던 덕분에 지루함에 갇혀 허우적대면서도 완독할 수 있었으니까. 책이 전한 내용을 유념하면 자기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듯하다. 이제는 지루할 때마다 우울과 무기력으로 합리화하지 말아야지. ‘지루함은 바로 행동하라는 신호(p.69)’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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