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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중 마음 농도
- 설재인 외
- 17,100원 (10%↓950)
- 2024-09-30
- : 225
나는 책도 좋아하고 다양한 글도 많이도 좋아하는데, 생각보다 최애인 작가를 꼽기가 어렵다. 취향이 없나? 하면 그것도 아닌데 그냥 그때그때 관심사, 그리고 책이 휙휙 바뀌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이 분이지, 하는 게 없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형식의 책/글이 있는데 바로 두 사람이 핑퐁하듯 생각을 주고 받는 글.
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 받듯 편지를 나누는 글이 책으로 나오는 경우도 꽤 많은데 내가 이런 종류의 책에 매우 환장한다는 걸 최근에 깨달았다.
대충 그런 형식의 읽은 책들을 읊어보자면
#여자로살아가는우리들에게
#자세한건만나서 얘기해
#미루리미루리라
#우리사이엔오해가있다
등이 있다.
이 책들 모두 아주 다른 듯 보이는 두 사람이, 저는 이런데 당신은 어떻소이까 하며 각자의 생각을 펼쳐놓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오 그렇군요의 태도라기보다(물론 그럴 때도 있지만) ‘작가님, 미치셨어요?!’ ‘난 생각이 다른데?!’ 의 스탠스일 때가 더 많은데 내가 왜 너를 미친 것으로 생각하는지, 내가 너와 왜 생각이 다른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걸 보고 있자면 형언하기 힘든 만족감이 있다. 뭔가 나와 다른 존재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소통하고 싶다는 지독한 의지 같은 게, 나라는 인간의 호기심을 붙든다.
이번에 읽은 #취중마음농도 는 그 중에서도 단연코 베스트였다.
아 그리고 나는 또 #글쓰는여자 가 #과음 하는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는데 일단 내가 술을 많이는 못 하기 때문인 것도 있는 듯 하다.
여하튼. 여기 두 작가 #설재인 #이하진 은 엄청난 술꾼들이다. 들이붓듯이 술을 마시며 글을 쓰고, 그것도 아주 공손하게 존댓말로 주고 받는 글인데 그 와중에 내용은 우당탕탕 아무 말이나 찌끄린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이런 우당탕탕 글을 몹시 좋아하는데, 왜냐하면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절은 이것이다.
p.39
제게 술은 문학적-설재인이 되지 못하는 씨부럴적-설재인이 문학적 씨부럴의 단계라도 성취하기 위해 주입해야만 하는 기름과 비슷합니다.(…)술을 마시며 저를 수백수천 개의 조각으로 쪼갠 후 하나하나의 인물로 키워내 제 머릿속을 채워야만 외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
아, 이 포스트는 #든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것이지만 책을 안 주셨으면 아마도 사서 봤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런책좋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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