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술자의 다정함, 그리고 글쓰기의 행복에 대하여
ddocbok2 2022/11/05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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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정한 서술자
- 올가 토카르추크
- 13,500원 (10%↓
750) - 2022-09-23
: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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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나는 서술자의 온도가 묘사하는 대상의 매력과 장점을 거의 극대화해서 보여준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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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영화<타짜>에서 고니가 ‘그저 잘생기고 도박 잘하는 어린 놈’이 아닌, 처음 시작은 호구였지만 좋은 스승을 만나 좋은 타짜가 된, ‘얼굴 잘생기고 화투잘 치는데 성격도 멋있는, 갖고 싶은 남자’인 것으로 비춰지는 이유는 고니를 묘사하는 인물이 그를 사랑하는 정마담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만약 실제로 자기 사는 동네에 고니 같은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를 ‘이혼한 누나 돈 훔쳐서 노름판에 빠진 놈’정도로 보지 않을까. 그가 도박판에서 아무리 잘 나간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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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그래서 서술자의 온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는 듯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그녀의 생각에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이다.
p.148
요가나 악기 연주와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학습을 통해 배울 수 있을까요? 내가 이런 질문을 하는 건 스스로 단 한 번도 그렇다고 확신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
과연 그럴까. 그녀를 오해한 게 아니길 바라면서 내 생각을 얘기하자면 그녀의 이야기는 신화와 전설, 철학에 대한 깊은 사유가 없으면 쓸 수 없는 처절한 학습의 결과물로서의 이야기들이다. 큰 줄기의 플롯부터 인물의 심리까지 모두, 아주 깊은 사유의 산물이고 나는 이게 그녀가 학습한 것들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심리학을 전공했고, 카를 융의 사상과 불교철학에 정통한 그녀가, 자신이 연구한 부분들이 학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
내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서술자의 심리학] 챕터였는데 옮겨보자면 이렇다.
p.202
그렇다면 서술자는 어떻게 자신이 말하는 내용을 알고 있는 걸까요? 창조의 과정이란 생각이 먼저고 나중에 종이나 화면으로 옮겨지는 것일까요, 아니면 글쓰기의 행위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자신에게 딱 맞는 목소리를 찾았을 때 책들은 스스로 글을 씁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적합한 목소리가 발견될 때까지 메모와 스케치를 반복하면서 몇 년이고 기다려야만 합니다. <태고의 시간들>의 경우 강인하고, 자신감 넘치고, 매사를 꿰뚫어 보는 서술자는 짧고 간결한 문장, 성경 구절을 연상시키는 장을 선호했습니다. 덕분에 이 책을 쓰면서 나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p.208
나는 이 책(낮의 집, 밤의 집)을 쓰면서 맛보았던 다양한 유형의 즐거움들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나라는 심연과 벌이는 끊임없는 게임, 이것이야말로 글쓰기가 우리에게 안겨주는 가장 짜릿한 희열이 아닐까요.
🌈 #도서지원_을 받았으나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민음사 #올가토카르추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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