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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돌이의 작은 서재
  • 일곱 원소 이야기
  • 에릭 셰리
  • 19,800원 (10%1,100)
  • 2018-02-09
  • : 564
일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어제(3/21) 반납일이 된 ‘일곱원소 이야기’를 긴급독서로 읽고 있었다. 다행이 책이 재미있어서 술술 읽고 있는데 10장에서 문제의 도표가 눈에 띄었다. 내 생각엔 잘못된 도표의 설명을 보고 나는 혼란에 빠졌고, 번역 문제인지 확인하기 위해 구글에서 원서를 검색해 문제의 도표를 확인했다. 그런데 원서에도 번역서와 똑같은 설명이 적혀있는 것이다!

이제 남은 가능성은 둘 중 하나. 내가 잘못 생각했거나, 저자가 실수를 했거나. 그런데 그 도표의 설명은 별다른 지식도 필요없이 누가봐도 잘못된 걸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저자가 실수를 했다는 건데, 이런경우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것이다 나도 보통 그러니까. 과학책 속의 오류, 목엣가시같은 껄끄러움에 한동안 신경은 쓰이겠지만, 어쩌겠는가 미국에 사는 저자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그런데 나는 물어본 것이다! 이메일로! 영어로!

내가 그렇게 평소엔 하지 않을 짓을 저지른 것은 어제 참가하고싶지 않은 행사에 업무상 어쩔 수 없이 끌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하기싫은 일도 억지로 해야하는데 하고싶은 일을 용기가 없어서 못하는 건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도 또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가 책에 대해 궁금한게 있으면 언제든지 문의하라고 용기를 북돋아준 덕분이기도 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하고 작성하면서도 보낼 생각이 없던 이메일의 전송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그렇게 많은 책을 쓴 저자라면 독자로부터 이메일을 산더미처럼 받을 테니 답장이 아예 안오거나, 아니면 비서가 쓴 형식적인 답장이 일주일쯤 뒤에나 오리라 예상하고 방심하고 있는데 10분만에 답장이 온 것이 아닌가!

첫 메일에는 ‘한국어 번역본이 나왔다니 기쁘다. 번역본 표지를 사진으로 찍어보내줄 수 있는가? 내가 뭔가 실수한 건지 찾아보겠다’는 답장이 왔고, 바로 직후에 온 메일에서 그 표의 설명이 잘못된 게 맞다는 대답이 왔다. 나는 답장에 감사드린다고 메일을 보냈고 그렇게 이 일이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또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리기위해 한국 책표지 사진을 보내줄 수 있냐는 메일이 온 것이다. 출판사가 한 권 보내주기로 했는데 좀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말과 함께. 그러나 안타깝게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 사진을 보내드릴 수가 없었다. 혹시 이 글을 궁리 관계자 분들이 보신다면 저자분께 번역된 책을 되도록 빨리 보내주시길 바란다. 이미 보냈다면 다행이지만.

이렇게 어쩌다 펜팔 비슷한걸 하게 됐는데, 참 색다른 경험이었다. 아마 다시는 안하리라. 영어 메일 5줄 쓰는데 3시간씩 걸리는데다 답장이 올 때마다 너무 긴장되니 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 같다.

Ps. 이 책의 표지에도 사소한 오류가 있다. 이 책은 일곱 원소의 발견을 둘러싼 과학자들간의 분쟁을 다루고 있는데, 책 표지의 원소기호에 짝지워진 인물이 예상과는 달리 그 원소의 발견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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