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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전 5미터 밑의 바닥으로 추락한 R.
추락 이후의 기억들이 사라진 R은 문득문득 기억들을 모아보지만 쉽지 않다.
이제는 그 기억이 맞는 건지 기억을 잃은게 맞는건지도 의심하며 기억과 망각사이를 걷는다.
구체적인 인물들의 묘사나 정보가 없다.
그저 그는 R이고 R의 잊혀진 기억, 그 기억을 맞추어 가는 이야기. 그리고 쉽지 않은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 인물과 그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읽으려 한다. 헷갈리는 경우에는 포스트잇에 적어가면서.
김엄지작가의 글은 그냥 이 이야기에 흐름에 따라가면 된다. 쭉- 이어가지 않아도 글의 순서를 맞추지 않아도 그냥 이 글에 몸을 맡기고 천천히 바다를 유영하듯이 흘러간다.
지금 계절에 만나 더 좋았던 <겨울장면>
# 1에서 # 30까지의 짧고도 긴 글 속에서 겨울의 장면을 만났다.
나에게 이번 겨울의 한 장면중에 이 책도 함께 했다.
소설과 함께 에세이도 수록되어 있는데 소설과 함께 참 좋았다.
김엄지 작가님의 다음 에세이도 기대가된다.
"마음을. 그 누구의 것, 자기의 것도 그는 알지 못했다.
마음은 단순히 기억이 아니고.
기억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기억은 모든 것이다.
모든,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R은 생각했다."
작가정신 <소설, 향 香>시리즈 네번째 이야기
앞으로의 이야기들도 궁금하고 기대된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