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호 #도서협찬
#성혜령
맞다. 우리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한 번도 스스로에게 어쩌다 이런 사람이 되었을까, 물어본 적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게 내 문제 아니었을까. 나의 근원적인 문제.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타인을 궁금해할 수 있을까. 내게 있는 것 때문이 아니라 내게 없는 것 때문에. 나는 이토록 오랫동안 주변을 머뭇거릴 뿐 누구하고도 진정으로 부딪쳐보지 못한 것이 아닌가. _34p.<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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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대부호를 할 때만큼은 우리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족들처럼, 함께 둘러앉아 서로 이야기하며 웃는, 그럴듯한 가족이 된 것 같아 좋았다. 비록 우리가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고, 어떤 이야기들은 너무 일찍 영영 모르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때 우리는 가족 같았다. 그게 행운인지 저주인지, 흐름을 뒤바꾸어놓은 패인지 순조롭게 만든 패인지, 지금으로서는 전혀 모르겠지만 나는 엄마의 마음이나 머릿속까지는 어쩔 수 없더라도 엄마의 몸만은 내가 잘 돌보고 있다고 생각하려 했다._83~84p. <대부호>
8편의 단편을 담고 있는 [대부호], 사실 단편에 깊은 내용을 담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고, 읽다 흐름이 끊긴다는 생각에 긴 소설들만 고집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소설가들은 정말 글 잘 쓰신다. 성혜령 작가의 작품은 제목만 알고 본격적으로 읽어본 건 이 책이 처음. 표제적인 <대부호>는 생각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지만 소설집의 시작글이었던 <임장>은 홀로 나만의 집을 마련하고 싶은 직장인 여성이 부동산 임장 모임에 가입하게 되면서 롤모델을 만나게 되고 갑작스러운 연락 부재에 모임 인원들과 언니를 찾아 나섰다가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조금 충격적이었음.)
<하악>, <대부호>는 가족이라도 결코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없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운석>,<나방파리>는 누군가의 죽음, 또는 관계의 단절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하며 우리가 살아가며 감당할 수 있는 비극의 몫은 어디까지 인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독재자의 오른발>은 갑자기 등장한 서스펜스! 간병인 병옥, 환자의 딸 이선, 환자 무언 세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짧게 진행되는 시점이 더욱 스릴 있었달까? (이후 조금 더 전개된다면 어떻게 될지도 궁금했던 작품) <원경>은 가족력인 암이 있다는 이유로 원경과 헤어진 신오가 5년 후 어쩌면 치유가 불가능한 암에 걸리고서야 다시 원경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려내는데... 참 뻔뻔하다 싶으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베인>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 이 작품들 중 좋았던 몇 작품을 꼽자면 <임장>, <나방파리>, 독재자의 오른발>, <베인> 이 되시겠다. 다시 보니 다 좋은 것도 같고!! 놀라운 몰입도로 책장 넘기기를 멈추기 쉽지 않았던 소설, 강렬하고도 흥미진진한 소설들을 만나보시길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는 모두 이유가 있다. 이유가 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용서되는 것도 아니지만. _36p.<임장>
언제부터였더라, 당연한 마음, 당위를 의심하지 않는 마음이 일종의 압박이고 폭력이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한 건. _42p. <하악>
언니가 내게 자랑스레 이야기했듯 언니는 진짜 고통을 알게 되었고, 나는 아마 앞으로 영원히 혼자일 것이다. 곁에 누가 오더라도 나는 모를 것이다. 끝내 모르는 척할 것이다. _167p. <나방파리>
집이 없는 몸은 짐이었다. 그동안 병옥은 짐을 부리듯 자신의 몸을 노인네들에게 내주었다. 더러운 것도 하기 싫은 것도 없었다. _173p. <독재자의 오른발>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들과 그 사람이 가지고 올 불확실한 미래까지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라면, 신오는 지금까지 누구도 사랑해 본 적 없었다. 앞으로도 누군가를,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 사랑하기란 불가능할 것이었다._214p.<원경>
눈앞에서 누가 총을 맞고 쓰러져도, 종이에 베인 내 손가락 상처가 더 아픈 게 인간이야. 언니는 다를 거라고 착각하지 마. _264p. <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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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