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속의세대 #독파 #도서협찬
#백온유
"돈을 바라는 게 아니라고 했잖아요. 저는 그 산이 쑥대밭이 되길 바랐어요. 아주 오래전부터요. 그러면 저도 이 동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_55p. <나의 살던 고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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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연수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간절한 존재이기를 바라왔다.
한두 번 혹은 두세 번, 할머니의 부름을 외면한 적도 있었다. 자지 않으면서 자는 척했던 그 순간, 할머니는 정말 몰랐을까. 자신의 존재가 자욱한 외로움을 더 짙게 하지는 않았을까. 연수는 고통을 관망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연수는 단 한 번도 할머니를 진정으로 측은해하지도, 가여워하지도 못했다.
그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고 애틋해하지 않는 삶이 세계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런 삶이 세상에 남긴 생채기는 좀처럼 아물지 않는다. _152~153p. <의탁과 위탁 사이>
고향을 떠나지 못해 누군가에게 자신이 지켜야 할 터전에 불을 놓아달라 부탁하는 <나의 살던 고향은>, 기억을 읽어하며 유일한 가족인 딸과 손녀도 믿지 못하는 영실의 <반의반의 반>,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읽었던 <회생>, 돌봄에 대해 깊이 생각했던 <의탁과 위탁 사이>는 몇 번을 되짚어 읽었던 글이기도 했다.
7편의 단편이 수록된 소설집 『약속의 세대』는 <나의 살던 고향은>, <광일>, <의탁과 위탁 사이>, <반의반의 반>, <회생>, <사망 권세 이기셨네>, <내가 있어야 할 곳>등 가족, 친구, 사회적 관계 속에서 흔들리는 믿음과 불신을 보며 '이건 나의 이야기 인가?' '내가 했던 고민이잖아?'라는 과몰입에 빠져 이야기 하나하나에 몰입해 때로 위안 받기도, 절망하기도 하지만 그 균열들 속에서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 정도 예상을 하게 되지만 그 예상을 반도 맞추지 못할 정도로 어느새 마지막 장에 이르게 될 것이다. 진심 많은 이들이 함께 읽어주시기를... (올해의 책으로 찜!)
'이렇게 사는 이가 나뿐 아니란 것은 위안인가, 절망인가. 못내 궁금해 다시 백온유를 잡는다. 기꺼이 그를 앓는다.'_이적
부모와 함께 살면서 다시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된 건 사실이지만 미세한 각도로 뒤틀린 마음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따금 부모 간에 작은 언쟁이 있으면 다시 안산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미지근한 슬픔을 느꼈다. 때가 되면 주저 없이 손을 놓을 수 있도록 연수는 스스로 마음을 다졌고 점차 부모에게 받는 사랑에도 무감해졌다. _142p. <의탁과 위탁 사이>
"있잖아. 나는 뭔가 탕진하고 싶은 것 같아. 돈이든, 시간이든, 마음이든 말이야. 빨리빨리 쓰고 싶어. 나에게 주어진 걸 다 소진하고 나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이 지루함도 끝나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 들어."
연지가 이런 속내를 이야기한 것은 처음이었다. 수영은 마음이 초조해졌다. 연지가 마음을 쏟을 대상을 벌써 정했으면 어쩌지. 그게 아기라면 어떡하지. 연지가 수영의 뱃속에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그 아기. 수영은 정말 두려워졌다. 거짓말의 무게에 짓눌려 압사당할 것만 같은 날이었다. _224p. <회생>
모든 일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면 내 삶은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망가져버린 듯해, 모든 의욕이 꺾이곤 했다. 이미 글러먹은 삶을 저버리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세상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일들이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곳이라고. 인간은 무작위로 그 사건들에 꿰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했다. _3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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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