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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망머리앤의 작은서재
  • 모방소녀
  • 소향
  • 16,560원 (10%920)
  • 2026-03-31
  • : 350




#모방소녀 #소향

#가제본서평단​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무시당하고 싶지도, 고개 숙이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아빠를 지켜야 했다. 숨 쉬는 것조차 돈이 필요한 아빠를.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은 단 하나, 선을 넘는 것뿐이었다. 평생 자신을 옭아맨 선. 몸속 깊은 곳을 흐르는 동맥처럼 떼어낼 수 없던 선. 하지만 선 안쪽에 남아서는 아무것도 지킬 수 없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악인은 태어날 때가 아니라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정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_43~44p.

_

진실이냐 거짓이냐, 진짜냐 가짜냐는 사람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보고 싶은 대로 본다. 보면 탐하게 되고, 탐하는 걸 갖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또 다른 타인을 관음하고 모방한다. 사람들은 낯선 진실보다 '낯익음'을 사랑하고, 낯익음을 갖춘 가짜는 금세 진짜가 된다. 그리고 때로는 진리보다 더 귀하게 여겨졌다. 초롬의 삶을 철저히 모방하며 체득한 것이었다. (중략) 모두가 오르려고 하는 곳에 닿았고, 모두가 닮고자 하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가 아니었다. _321p.

영리는 아빠가 운전해 주는 차를 타고 수능시험장으로 향하던 중 큰 교통사고를 겪고, 아빠는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고, 수능 미응시로 수시와 정시 모두 불합격 처리가 되어버렸다. 숨 쉬는 것조차 돈이 필요한 아빠, 순간 가장이 되어버린 영리에게 아버지가 모시던 송 회장의 비서가 찾아오고, 송 회장과의 만남은 영리가 송초롬과 쌍둥이처럼 닮았다는 이유로 대리 수능이라는 위험한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

판돈 30억, 담보는 아빠의 목숨!

아버지의 쌓여가는 치료비,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 결국 영리는 1년간 영리가 아닌 송초롬으로 살아가겠다고 하는데... 초롬이 다니던 학교, 초롬의 친구들을 모두 속이고 무사히 대리 수능을 볼 수 있을까? 영리는 초롬의 삶을 모방하며 학교 성적을 조금씩 올려 서울대에 갈만한 성적을 만들어야 했고, 동시에 초롬의 상류사회 진입을 위해 수제들의 스터디그룹에서 유력 집안 자제들과의 친분을 쌓을 것 또한 유구하며 '카피캣 프로젝트'진행된다.

송 회장의 처음 목적은 자신의 딸 초롬을 위한 것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말 딸의 인생을 위한 것이었을까?

송 회장이 자수성가하며 이루었던 과정을 겪지 않고 유력 집안의 자제들과 어울리며 편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발판을 만들어주기 위한 시작이었던 그 시작만은 절절한 모성인 한편, 자신만의 고집으로 딸의 인생을 망가뜨려가는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소설 속 영리는 참 똑 부러지는 성격이라 자신의 앞가림도 잘하지만 초롬이 무너지는 모습이 너무 마음 아파서 안타깝고 또 안타까웠던 인물. 영리의 '초롬'행세는 의심을 받기도 하고 비리 교사의 주목을 받으며 위험한 순간도 겪지만 후반부에 휘몰아치는 사건들이 정신없이 뒤집어지기 시작하고, '영리' 정말 수재는 수재가 맞았구나!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결말까지.

텍스티의 시사 소설 시리즈 '사이드 미러'는 우리가 목격했지만 쉽게 잊어버리는 사회적 문제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보고자 기획하게 된 시리즈라고 한다. <난기류> <제> 에 이은 세 번째 시리즈인 <모방 소녀>는 '입시'라는 가장 공정해 보이는 제도가 실제로 계급과 자본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그 안에서 개개인의 선택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며 만약 당신이 영리의 입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깊이 생각해 보게 되는 소설이다. 저자가 현직 초등교사이자 고3 수험생의 엄마로 더욱 생생하게 써내려가신게 아닌가 싶다. 큰 기대 없이 궁금한 마음에 읽었지만 꽤 만족스럽게 완독한 소설이라 앞으로 출간될 시리즈도 기대가 되는 소설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영리는 사람이 숨을 쉬는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돈이 이렇게 많다는 걸 몰랐다. 흙수저도 아닌 무수저 출신 아빠가 간신히 혼자 먹고 살 정도로 버는 돈으로 둘이 살아왔으니 어찌 보면 간단한 계산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아프거나 해고당하면 안 되는 거였다. 그렇게 되는 순간 안전장치 없는 삶은 곧장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추락하며 영리는 알게 되었다. 평범한 일상이란 당연한 일이 아닌 축복이고, 축복에는 저마다 가격표가 있다는 것을. _41p.

“너 지금 하는 거 말이야, 왜 이렇게까지 해?”

영리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답을 몰라서가 아니었다. 스스로 이미 여러 번 물은 것이었으니까.

“예전처럼, 그리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어서. 그런데 평범하게 산다는 건 적어도 나에게는 전부를 걸어야 하는 일이더라고.” _98p.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이것은 초롬의 부계정이 아니었다. 계정을 만든 것도, 몰래 찍은 초롬의 사진을 올린 것도 전부 민들레였다. 팔로워들의 환호가 초롬이 아닌 자신을 향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런 순간, 민들레는 비로소 살아 있는 기분을 느꼈다. 가짜라도 좋았다. 하트 하나가 한 번 더 미소 짓게 했다. 영혼이 빈곤해질 때마다 민들레는 그렇게 온라인 셀프 숭배로 수혈을 하곤 했다.

민들레가 핸드폰을 닫고 웅크려 앉았다. 그리고는 헤어핀 금속 틀을 교실 시멘트 바닥에 썩썩 소리가 나도록 갈기 시작했다. 칼처럼 날카로운 핀이 언젠가 초롬의 모찌 같은 피부에 붉은 상처를 내주길 바라면서. 조용한 교실 구석에서 신경을 긁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한동안 규칙적으로 이어졌다._104p.

영리가 핸드폰의 고양이 인형을 움켜쥐었다. 다경이 자주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네가 너무 좋아. 네 모든 걸 닮고 싶어.”

다경을 원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다경을 돕겠다고 했던 모든 행동이 도리어 다경의 마음에 욕망을 심은 것은 아니었을까. 잘난 친구를 넘어서고 싶다는 욕망을. 다경을 죽음으로 내몬 사람은 그 일을 신고한 자신일지도 몰랐다.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정말로 그게 전부였을지 이제 영리는 스스로가 의심스러워졌다. 거짓의 한복 판에 서 있는 지금은 더욱 그랬다. 그래서 다경이 자꾸 꿈에 나타나는 걸지도 몰랐다. 너도 다르지 않다고 말하기 위해. _180~181p.

“비서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그래.”

“왜 그렇게까지 회장님한테 충성하세요? 솔직히 이해가 안 가요. 가끔은 막 대하기도 하잖아요.”

공 비서가 창밖의 땅거미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든 인연은 길든 짧든 다 시절 인연이야.”

시절 인연. 영리는 그 말을 낮게 읊조렸다.

“난 그저 회장님과의 시절이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은 거다. 언젠가 우리의 시절도 끝나겠지만, 아직은 아니니까.”

공 비서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떴다.

영리는 이미 지나간 인연과 아직 끝나지 않은 인연을 떠올렸다. 초롬도, 송 회장도 언젠가는 끝날 시절 인연일 것이다. 그리고 아빠도._201p.

#사이드미러 #텍스티

#소설추천 #txty #같이읽고싶은이야기 #반전소설 #추천소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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