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31/pimg_7248661244588705.jpg)
#타임셸터 #도서협찬
#게오르기고스포디노프
내 말을 믿으라고, 언젠가, 머지않아,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과거로 돌아가기 시작할 거야. 기억을 기꺼이 '잃기' 시작할 거라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과거라는 동굴에 숨기를, 돌아가기를 원하는 때가 올 거야. 그런데 행복한 이유로 그러진 않겠지. 우리는 과거라는 방공호를 마련해야 하네. 시간 대피소 time shelter라고나 할까. _62~63p.
_
우리는 끊임없이 과거를 생산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를 만들어내는 공장이다. 살아 있는 과거 제조기, 그게 아니면 뭐란 말인가? 우리는 시간을 먹고 과거를 생산한다. (중략) 과거는 분해되는가, 아니면 비닐봉지처럼 사실상 그대로 남아 주변의 모든 것을 서서히, 깊이 오염시키는가? 어딘가에 과거를 재활용하는 공장이 생겨야 하지 않을까? 과거를 이용해 과거 말고 다른 것을 만들 수도 있을까? 역으로 재활용해 비록 중고일지라도 어떤 종류의 미래로 만들 수는 없을까? 여기 이렇게 많은 질문이 생겨난다. _172p.
흐르는 시간 속에 나아가는 삶을 살아가는 삶. 하지만 과거의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 노인 정신의학과 의사이자 시간의 부랑자라 불리는 가우스틴은 과거의 기억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알츠하이머'환자들을 위해 과거를 세밀히 재연한 '과거 요법 클리닉'을 고안하고 한 건물에 층마다 각기 다른 십 년을 완벽히 재현한 최초의 클리닉을 만들게 된다. 소설가인 화자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과거를 다시 산다는 것, 시간을 잃어가며 죽어가는 이들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때론 판타지 같은 이야기가 아닌가? 싶으면서도 어쩌면... 그럴 지도라는 끄덕임과 그 시대를 완벽하게 재현한 공간에서 회상에 잠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과거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람은 얼마만큼의 과거를 감당할 수 있을까? 기억을 잃은 자의 정체성은 어디로 가는가? 시간이라는 새로운 국경이 생긴다면, 그것을 어떻게 통제하고 배치할 것인가? 라른 질문의 홍수 속에 빠져들게 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소설과 현실의 경계, 인물들 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알 수 없는 공포가 순간 다가서기도 한다. 올가 토카르추크의 "이 책을 언제든 다시 읽고 또 읽을 수 있도록, 절대 질리지 않는 책'을 보관하는 책장에 꽂아두었다." 추천사에 호감가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왜 꼭 여기인가? 왜 스위스지? 60년대의 거실에 앉아서 나는 가우스틴에게 물었다.
『마의 산』에 대한 애정이라고 해두지. 다른 장소들도 타진해 봤지만 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투자를 해줄 사람은 여기에서 찾을 수 있었어. 여기에는 행복하게 죽기 위해 기꺼이 돈을 낼 사람들이 많다네. _61p.
반드시 경험한 일만 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 상상만 한 일이 과거가 되기도 한다. _68p.
일어난 이야기는 모두 비슷한 이유로 일어났지만, 일어나지 않은 이야기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일어나지 않았다. _70p.
미스터 N에게는 친구도, 살아있는 친척도 없다. 전화할 사람도 없다.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 76p.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면은 신이 없다면 과 상응하는 말이 된다. 도스토옙스키는 말했다.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신은 거대한 기억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죄악의 기억. 무한 메가 바이트의 메모리를 가진 클라우드. 건망증이 심한 신.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신은 우리를 모든 의무에서 해방시킬 것이다. 기억이 없으면 범죄도 없다. _96p.
시간은 특별함에 둥지를 틀지 않아. 시간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곳을 찾지. 다른 시간의 흔적을 발견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그건 평범한 어느 오후일 거야. 삶 그 자체를 빼면 아무런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은 오후······ _127p.
인간은 인간답게 죽을 권리가 있다. 지난 삼 년간 아직 정신이 온전했을 때 아버지는 늘 '떠남'을 원했다. 아버지의 언어로 '떠남'은 죽을 수 있게 우리가 도와주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아버지는 온갖 종류의 쪽지에, 심지어는 방의 벽지에도 그런 말을 썼다. 아직 글을 쓸 수 있는 동안에는. _154~155p.
죽음의 관광은 부유한 사람을 위한 것이다. 가난한 이들은 안락사를 이용하지 않는다._163p.
공통의 과거를 가진 사람들이 떠날 때는 공유한 과거의 반쪽을 가져간다. 아니, 사실은 통째로 가져간다. 과거의 반쪽이라는 건 없기 때문이다. 마친 반으로 길게 자른 종이의 반쪽을 들고 거기 적힌 글을 중간까지만 읽으면 나머지는 다른 사람이 읽는 셈이다. 그러면 누구도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이제 다른 반쪽을 들고 있는 사람이 없다. _318p.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소설추천 #인터내셔널부커상 #추천소설 #문학동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31/pimg_7248661244588711.jpg)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31/pimg_724866124458870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