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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망머리앤의 작은서재
  • 너의 유토피아
  • 정보라
  • 15,750원 (10%870)
  • 2025-01-15
  • : 42,620





#너의유토피아 #도서협찬

#정보라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에서 위안을 얻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관계가 생계와 연결될 때는 더더욱 안정적으로 느껴지겠지. 그러나 연구소 로비에 잠시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 일하러 올라가기 전에 나는 어쩐지 무섭고 슬프다는 생각을 했다.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지고 가야 할 먹고사는 걱정, 밥줄에 대한 집착이 무섭고, 그 집착이 앞으로 198주년, 298주년, 398주년····이 지나도록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이, 그리하여 나는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이 연구소라는 곳에 발목 잡힌 채 끝없이 허덕여야 하리라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도 슬프고 무서웠다. _48p. #영생불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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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버린 세상에 혼자 남았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평온했다. 세상은 황량했고, 아름답고, 자유로웠다. 콘크리트에 남아 있던 마지막 온기가 사라졌다. 몸을 떨면서 나는 일어섰다. _161p. #여행의끝

<영생불사연구소>의 조금은 엉뚱 발랄한 행사 준비과정이 '뭐지?'라는 생각을 하며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데 마지막 페이지 몇 줄에 뒤통수를 시원하게 때려준다면, <여행의 끝>은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 <One more Kiss, Dear>을 읽으며 어떻게 이런 전개를 이런 마무리로 할 수 있을까? 하며 마음이 아려오기도 했고 <그녀를 만나다>의 마지막 문장은 그저 먹먹하게 앞서 읽었던 문장들을 다시 되짚어보게 한다. 책을 다 읽고 되짚어보면 단편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인상 깊어서 읽고 되돌아가 다시 읽기를 반복하게 되는 글이었다.

사실 이전에 읽었던 소설보단 빠르게 페이지가 넘어가고 가독성이 뛰어난 글이다. '공포스럽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통해 인류의 운명을 다룬다' 타임지가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이유라고 하는데, 책을 다 읽고 이 책의 추천사들을 읽어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차곡차곡 쌓아가는 이야기의 끝이 어디에 다다르게 될지 긴장하며 책장을 넘기게 될 것이다. 때론 웃프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글이 불편하고, 오싹하지만 마음에 내려앉아 오늘과 내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럼에도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생존하고 기억하고 애도하며 아주 조금씩이라도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이야기한다. '상실하면 애도해야 하고, 상실을 기억하고 애도하기 위해서는 생존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기억하지 않는다면 상실된 사람들은 누가 기억해 줄 것인가. 그리고 행동으로 애도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런 상실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_362p.

내가 기억하는 기계는 사람을 죽였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서 멀쩡한 청년이 죽었고 크레인이 무너져서 밑에 있던 사람을 깔아 죽였고 혼자 운행하던 지하철이 광고판 고치던 사람을 치어 죽였고 배가 가라앉고 독극물을 뿜어내고 치고 떨어뜨리고 밀어내면서 장비는, 기계는, 기계로 가득한 생산 설비는, 공장은, 작업장은, 일터는 사람을 죽이고 죽이고 또 죽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기계가 자기와 같은 사람을 그렇게 허무하고 무의미하고 끔찍하게 죽이는 걸 그저 보고만 있었다. 아니 그저 보고만 있는 건 아니고 사람과 기곗값을 계산해서 이득을 따지고 앉아 있었다. _241~242p. #그녀를만나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뿌리와 두 발뿐이다. 거대한 기계가 다시 돌아온다면 우리는 그 뿌리마저 뽑힌 채 실험실이나 감옥에서 시들어 죽어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씨앗은 살아남을 것이다. 수많은 씨앗 중 하나 정도는 살아남을 것이다. 살아남아서 어딘가에 뿌리를 내릴 것이다.

하나만 있으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

그 하나를 위해서, 우리는 기다린다. 지평선 너머에서 더럽고 거대한 기계의 날개 소리 대신 꽃가루가 날아오는 날을. _353p. #씨앗

#래빗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SF소설 #소설추천 #추천소설 #지구생물체는항복하라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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