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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아내 #도서협찬
#CJ하우저
너는 처음으로 이해한다. 사람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고 할 때 그건 더 이상 기억하거나 피 흘리는 일이 없을 거라는 뜻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그저 계속 살아가며 다른 일들을 하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될 뿐이다. 그럼에도 어느 아무렇지 않은 날의 한복판에 돌로 된 벽만큼이나 단순한 무언가가, 여전히 갑작스럽게, 보이지 않게 너를 파괴해 버릴 수도 있다. _56~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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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무언가를 욕망하면 그들은 <열정적인>사람이 된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얻지 못했다고 느끼면 <박탈감>을, 심지어는 <남성으로서 무력감>을 느끼기에 어떤 종류의 행동이든 해도 된다. 하지만 여자가 무언가를 요구하면 그 여자는 애정에 굶주린 것이 된다. 여자는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자기 안에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는걸, 내가 그의 눈에 보인다는 걸 말로 표현해 주기를 바란 건 내 개인적인 결함이었고, 나는 그 결함을 극복하려고 애를 썼다. 123~124p.
<파리 리뷰>에서 1백만 회 이상 조회되어 많은 여성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내 화제를 일으켰던 에세이집 『두루미 아내』는 저자 CJ 하우저가 파혼하고 열흘 뒤 소설 취재를 위해 두루미 탐구 답사를 떠나 외딴 마을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며 집필한 에세이라고 한다. 지금의 '나'를 만든 건 그동안 살아온 시간이겠지만 주변의 환경, 사람, 관계들이 많은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21세기를 살아가고 있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여성의 삶은 꽤 부모님 세대의 여성들을 규범 하여 드리우는 잣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책의 제목인 『두루미 아내』 는 일본 일본에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 중 하나로, 두루미인 아내가 남편에게 두루미인 걸 들키고 싶지 않아 밤마다 부리로 깃털을 뽑으며, 매일 아침 탈진한 상태로 인간 여자로서 살아간다. 상황에 떠밀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선택하게 되는 관계들. 어쩌면... 파국에 이르러서야 뒤돌아보게 되는 과거는 후회와 자책의 시간 속으로 끌려들어 갈 뿐이다. 20년만 일찍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보다 조금 더 일찍 그 무엇보다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데 망설이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왜 이럴까, 그때 왜 그랬을까?' 어쩌면 질문하기를 주저하고 두려워했기에 내가 아닌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나를 위한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여자들이라면 꼭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 가운데 일찌감치 사랑을 발견하지 않은 사람들이 나중에 사랑을 다시 시도할 힘을 모아 둔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지나간 세월들은 결혼식 날 신랑 신부의 세단 뒤에 매달린 채 끌려오는 그 많은 양철 깡통들처럼 덜거덕거리며 우리 뒤를 따라오는데 말이다. _29p.
두루미 여자는 자신의 정체를 남자가 모르기를 바란다. 자신이 돌봐 주어야 하는 새이고, 날 수 있는 새이며, 생명체가 가질 법한 욕구들을 지닌 생명체라는 사실을 그가 모르기를 바란다. 매일 아침 두루미 아내는 탈진한 상태가 되지만 다시 인간 여자로 돌아온다. 여자가 되기를 계속하는 일은 스스로를 아주 많이 지워 내는 직업이다. 두루미 여자는 절대 잠들지 못한다. 대신 자신의 깃털을 하나씩 하나씩 모두 뽑아낸다. _129~130p.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절실하게 바랐던 건 경계 없는 사랑이었다. 다시 말해 조건 없는 사랑이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다시 어떤 곤란한 사람에게 너그럽게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었다면 그걸 돌려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사랑이라는 일을 가장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을 사랑했다. 마치 그것이 어떤 천직이나 소명, 의무인 것처럼.
나는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사랑받고 싶은지, 혹은 누구로부터 사랑받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한 번도 질문해 본 적이 없다. 내가 돌봐 주기에 적합했던 사람들이 나를 돌봐주기에도 적합한 사람들이었는지 한 번도 질문해 본 적이 없다. 그들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그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었다. 질문하지 않았던 사람은 나니까. _196~1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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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