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화감각 #도서협찬
서서히 도구를 멀리하는 대중에게 어떻게 물건을 팔 것인가? 그때 자본가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패션과 같은 이미지의 차이이며, 동시에 대중들에게 나타난 것이 잡화감각이다. 이미 가위든 망치든 페인트든 제품의 성능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멋지거나 재미있거나 아름다워야 한다. 제품을 서로 비교할 때 나타나는 이미지 차이에 따라 소비자는 돈을 지불한다. _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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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왕국의 침공은 그칠 줄 모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영토를 늘려가고 있지만, 뉴스 어디에도 그런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 모두 삶이 바빠 잡화의 영토가 확장되는지 축소되는지 따위엔 관심 없기 때문이겠지. 목숨이 달린 일도 아니고. _25p.
잡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제목과 책표지만으로 혹! 하게 반할 책이지 않을까? 출간 전 푸른숲 인스타그램에서 책표지 하나하나를 손수 스티커 작업하시는 영상을 보고 더욱 궁금해진 책이기도 했다. (서평 작성하다 말고 한 번 더 찾아봄. 진심 장인의 자세, 무릎들이 정말 괜찮으실지...) 도쿄에서 잡화점 ‘FALL’을 운영하는 저자는 본연의 쓸모를 상실하고 잡화로 점점 변해가는 물건들을 보면서 ‘잡화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이를 바탕으로 잡화, 소비 사회, 가게 경영, 음악, 인생 등의 단상을 담은 에세이다. 잡화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책을 펼쳤다면 글쎄? 갸우뚱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잡화, 또는 세계의 잡화를 찾아 떠나는 모험담도 아니다. 자신의 매장에 앉아 '잡화를 둘러싼 상황'에 관해 쓴 이야기는 그야말로 무한대의 소재로 펼쳐진다.
실제로 받아본 책은 더 영롱했고, 생각했던 잡화의 이야기와는 살짝 먼 듯한 이야기였지만.. 다양한 분야로 빠져드는 이야기가 색다른 매력을 주는 글이다. '잡화'라는 제목을 걸어두고 이런 이야기? 무슨 연관이 있기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주객이 전도된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아! 다시 읽어야 하나...'하고 생각하며 마지막 부분의 해설을 읽는데... 그럼 그렇지! 라는 안도감이 드는 건 나뿐이었을까? (힛!) 마지막 장을 덮고 다시 책을 전체적으로 훑어보다 책의 뒷표지글을 읽고 '아!' 하는 무언가가 스치듯 지나간다. 이런 기분, 그대도 느껴보시길. (ㅋㅋ)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은 그저 책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낮에는 책의 얼굴을 하고 있다가
밤에는 잡화로 변하기도 하고.
서점에서는 잡화인 척하고 있었는데
집에 데려와 보니 책이 되어 있기도 하다."
끊임없이 쇠퇴해가는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앞으로 조금만 더 하면 내가 아직 장사의 세계에 속하지 않았을 때, 가게를 하면서 인생을 어떻게 바꾸고 싶었는지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_15p.
그렇다면 잡화란 무엇인가? 까다로운 질문에 미리 생각해둔 치사한 답을 내놓자면, 잡화감각에 의해 인식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말하겠다. 즉 사람들이 잡화라고 생각하면 그게 바로 잡화다. 그리고 잡화라고 생각하는지 아닌지를 정하는 개념이 잡화감각이다. (중략)
_20~21p.
물건과 물건 사이가, 1초 전과 1초 후가 조금만 달라도 가치가 생겨난다. 잡화는 멈출 줄 모르고 늘어만 간다. 사실은 진화도 퇴화도 아니건만 우리는 차이를 끊임없이 소비함으로써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는 듯한 꿈을 꾸고 있다. _28p.
잡화왕국은 이처럼 심층에 있는 콘텐츠보다 표층에 있는 이미지로 중심이 이동한 물건들을 정중히 동료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들에게는 책이든 빵이든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_35p.
잡화란 잡화감각을 통해 사람이 인식하는 모든 물건이라는 토톨로지(tautology)인데, 지금의 잡화감각은 분명 인터넷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_79p.
이 세상은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잡화화된 곳, 잡화화 되어가는 곳, 잡화화가 거의 진행되지 않은 곳. _151p.
#미시나데루오키 #이건우 옮김 #푸른숲 #잡화 #에세이 #book #에세이추천 #도서추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