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어릴 적 나는 ‘미래소년 코난’, ‘엄마찾아 삼만리’, ‘빨강머리 앤’ 등과 같은 만화영화를 즐겨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 작품들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웃집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고 큰 감동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고, 더 놀라운 것은 내가 어린 시절 좋아했던 작품들 역시 그의 손을 거친 것들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최근에는 SNS에서 챗GPT를 활용해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변환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을 보며 지브리 작품이 지닌 독특한 감성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깊이 자리 잡고 있는지 다시 느끼게 된다.
부드러운 색감과 따뜻한 분위기, 자연 중심의 배경은 단순한 그림체를 넘어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작품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내부 이야기와 그곳을 이끌어온 사람들의 생생한 기록을 담고 있다. 특히 저자가 외국인의 시선으로 지브리에서 직접 일하며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 하고있기 때문에, 책을 읽는 이들이 마치 그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스튜디오 지브리가 어떻게 설립되었는지,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 다카하타 이사오, 스즈키 토시오라는 인물들이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며 회사를 성장시켜 나갔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와 갈등, 그리고 선택의 연속이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일본 회사 문화에 대한 묘사였다.
사무실 내 흡연 문화, 여성 직원에게 요구되는 커피을 타는 등 역할, 도장을 중시하는 관습 등은 외국인의 시선에서는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들이지만, 우리에게는 비슷하고 익숙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 흥미롭고 재미있게 봤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강하게 느껴진 것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창작 방식이었다. 그는 철저한 완벽주의자이면서도 동시에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독특한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방향을 수정하고, 더 나은 결과를 위해 타협하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주변 사람들에게 큰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그의 작품이 특별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끝을 알 수 없는 남자’, 즉 ‘네버엔딩 맨’으로 불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은 한 사람의 천재성만으로는 위대한 작품이 완성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미야자키 하야오 뒤에는 스즈키 토시오와 같은 전략가와 수많은 스태프들이 존재하며, 특히 해외 배급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작품성을 지키려는 노력과 시장의 요구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은 예술과 상업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잘 드러낸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창작은 끝이 없다’는 사실을 깊이 느끼게 되었다. 작품은 완성되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고 소비되며 계속해서 살아 움직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는 창작자의 집요함이 있다. 여러 번 은퇴를 선언하고도 다시 돌아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습은, 그가 왜 ‘끝나지 않는 사람’인지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