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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든 씨의 사탕 가게
  •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파울로 코엘료
  • 10,350원 (10%570)
  • 2003-10-10
  • : 13,568

코엘료를 탐하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베로니카 때문이었다.
헬레나를 기다리던 씨티문고(지금은 리브로)에서 도발적인 제목에 비해 그냥 그랬던 남보라색 표지가 자꾸 눈에 들어와서
그냥 서서 읽기 시작했는데 결국 사서 들고 나와야했다.
죽기로 결심했던 베로니카가 전하는 생은 역설적으로 얼마나 찬란하던지,
'광기'라는 것, 진짜 미친 게 세상인지 정신병원 속 그들인지 그런 고민들이 진정 맘에 들었다. 탐났다.
사실 그 전에 내게 소설이란, 문장이었다.
서사? 멋진 서사도 많지만, <아리랑>이나 <태백산맥>같은 장편대하소설이 아니라면 내게 소설은 서사보다 문장이었다.
이야기보다 정서였고, 이미지였다.
그런데 <베로니카...>를 읽은 후 바꼈다. 나도 이런 서사, 이런 찬란한 이야기, 이런 영적인 이야기 감히 쓰고 싶어졌다.
할수만 있다면 영혼을 팔든, 산티아고를 걷든, 내가 그럴 수 있게만 해준다면 못할 것도 없었다.

누군가는 '자살'이라서 싫어한 이야기가 내게는 가장 찬란한 생의 이야기였다.
딱히 이유도 없이, 거창한 좌절도 없이 자살하려는 이야기는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단정짓는 어떤 이들 속에서도
내가 이 이야기를 코엘료 최고의 작품으로 꼽고,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건 말건 추천하는 이유는 그것이 너무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야기라서다.
어쩌면 어린 나이에 겪었던 지인들의 자살 혹은 뜬금없는 죽음 덕분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죽음에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자살에 이유를 붙이는 건 살아있는 자들의 해석일 뿐.
죽기로 결심한 후, 실행한 후, 실패에 그친 후, 죽으려했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수용됐으나 결국 자살미수 후유증으로 일주일 후 죽는(다고 알고 있는) 베로니카가 보여준 일주일은 정말 빛났고 아름다웠다. 그 사랑은 감히 다가갈 엄두도 못낼만큼 고결해보였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이 영화.  

 


영화도 아름다웠다. 음악도 더없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영화보단 역시 책이다.
-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면 좌절을 하죠.
- 우리는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래요.
행복'에 관한, '정상'에 관한 우리들의 어리석은 굳은 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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