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이 영화가 참 재미났다.
기자시사와 일반시사를 함께 한 작은 시사실에서
큭큭대다 깔깔대며 웃는 건 우리 둘뿐이었다.
줄거리?
요약하자면 뭐 치정극이지.
줄거리만 보자면 치정극 아침드라마?
그렇지만 뭐, 어디 위험하고 자극적이기로 우리나라 막장드라마 따라가겠어?
거장은 달리 거장이 아니다.
이미지. 죽인다.
그냥 컷 바이 컷으로 인화해 모조리 벽에 걸어두고 싶을만큼 화면, 예술적이다.
근데 그게 다가 아니다.
이미지로 평가받던 영화감독이 실명을 하고,
그는 이름을 버리고 다른 이로 살아가고,
한 남자는 정부가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것을 두 눈 부릅뜨고 바라보고,
다른 한 남자는 자신과 애인이 키스했던 것을 볼 수 없어 손으로 더듬기만 하고,
그 사이에는 한 여인이 있었고,
그녀는 지긋지긋한 남자를 떠나 사랑하는 남자에게 갈 수 있는 기회를
영화가 완성될 때까지만 버티자며 자꾸 미루고,
그렇게 버티다 그녀가 망가져 결국 남녀가 떠났을 때 영화는 제대로 망가지고,
훗날 소리에 의지해 최고의 컷을 골라 영화를 다시 만들었을 때 남자는
꼭 상영해야 한다는 매니저와 그녀의(그리고 그의)아들의 조언에
"중요한 건 완성하는 거야"라고 말한다.
그 한마디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하겠어.
즐겁고도 짜릿했던 두 시간이었다.
<그녀에게>도 좋았지만... 더더욱...
<나쁜 교육>과 <귀향>을 꼭 다시 찾아봐야겠다.
그런데 같은 스페인 영화라 그런가? <너의 한마디>가 자꾸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