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위그든 씨의 사탕 가게
  • 제노바
  • 감독 :
  • 주연 :
  • 개봉일 : 0001-01-01
  • 평점 :
유럽영화제에서 시간이 안 맞아 못 보고는 내심 개봉하길 기대했는데

소문도 없이(어쩜 내 귀가 먼 것인지도) 상영하고 있었다. 것두 가까운 극장에서.

 

콜린 퍼스는 뭘 해도 멋지지만,

아빠로서도 멋졌다. 그의 딸들로 예쁜 아이들이 캐스팅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엄마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한 막내 딸은

(사실 인과관계만 보자면 맞다. 그 사고는 꼬마가 운전하는 엄마의 눈을 가린 탓에 일어난 것이므로)

밤마다 악몽을 꾸고 오줌을 지린다.

마침 제노바대학 강의를 제안받은 아빠는 그곳에서 잠시 머물자고 결정하고

제노바로 옮겨서도 가족들은 뭐 여전히 그대로다.

아빠는 애들에 메여있고 데이트조차 눈치보이고, 꼬마는 여전히 악몽 꾸고 오줌싸고

큰 딸은 그런 가족 분위기가 답답하고 자신의 아픔은 드러내지도 못하고.

그래도 환경이 바뀌면서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엄마에게 받던 피아노 수업을 제노바에서 다른 이에게 다시 시작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 서로에게서 벗어나 서로의 시간을 갖던 때

꼬마가 사라진다.

서로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했던 아빠와 큰 딸은 미친듯이 꼬마를 찾아헤메고

짠 듯 복잡한 도로 한복판에서 꼬마를 발견했을 때, 놀랐던 감정을 담아 격하게 포옹하는 순간.

바로 그 때다. 상처가 치유되는 순간.

가족 상실로 인한 아픔은 가족의 사랑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뻔한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옳지만 고루하고 답답할 수 있는 이야기를 부담스럽지 않게, 지나치게 옳게 전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냥 담담하게 보여줘서.

 

상처, 지독한 고통을 넘어서기 위해 늘 상처에 직면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그냥 시간을 보내기만 해도, 그냥 덤덤하게 일상을 살아내기만 해도 나을 수 있다.

지독히 이데올로기적이긴 하지만 가족의 사랑이 있다면

그리고 나는 그 가족 이데올로기의 '수혜자'니까.

굳이 가족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그 어떤 사랑 혹은 사랑의 기억 또는 공유만 있다면.

 

짧고 따뜻하고 좋다.

제노바를 환상적으로 보여주지 않아서, 이야기처럼 풍경도 그냥 담담해서

더 제노바에 가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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