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주
달하 2009/11/28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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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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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일 : 000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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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네마 2관, 330석이 조금 안 되는 객석을 채운 건 열명이나 됐을까 말까
아무리 평일 낮이라고는 하지만, <질투는 나의 힘> 때와는 너무도 다른 반응이 생경했다.
물론 그때도 처음엔 그랬다지만...
개봉 3주차라고는 하지만 집 근처 극장에서는 찾을 수 없었고
CGV에선 처음부터 찾을 수 없었다.
<해피플라이트>나 <룸바>, <제노바>처럼 작지만 예쁜 외화를 상영하는 전용관을 갖고 있는
(압구정) CGV에서, 그런 멀티플렉스들이 아예 이 영화를 외면했다는 게 참...
이건 분명 나의 해석과잉 혹은 피해의식 또는 고착된 분노인지도 모르겠지만
<파주>가 고전하는 것이 이 정권과 전혀 상관없지는 않을 거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었다.
박찬옥 감독의 영화를 기다려온 사람이 적지 않다고 믿고 있는 나로선..
그러고보면 <질투는 나의 힘>도 상영 마지막날 중앙시네마에서 보긴 했다.
그땐 아직 중앙시네마가 인디영화 위주로 편성하기 전. 그래도 그때도 작지만 큰 영화들을 많이 예뻐라 해주었다.
영화는, 시종일관 깔리는 안개만큼이나 답답했다.
안개가 많은 동네는 다 그런가?
그래도 안성에서 그 시절 우리는 더러 신났고 때때로 행복했는데.
물론 머무는 동안은 늪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아님 개발 머시깽이 때문인가?
나에게 파주는 아빠가 한동안 혼자 지내셔야 했던 곳이고,
그때 파주 아빠방에선 MBC보다, KBS보다 북한방송이 훨씬 선명하게 잘 나왔고
여름이면 수해가 자주 생기는 곳이었고
가끔 부모님이 그때 파주에 땅을 샀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곳일 뿐.
동화경묘공원의 찬 바람과 자동차극장의 잘못된 주파수와 해이리 초가을 햇살의 따뜻한 위로, 그리고 두부가게.
그뿐 아무 것도 아니다.
영화를 본 후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여전히 그 외 아무 것도 아닐 게다.
다만 동네 이름을 무겁게 기억하게 되겠지. 용산처럼.
"난 꼭 진실을 알아야겠어요."
"진실이야. 모두 다 진실이야."
그렇게 우직하게 진실을 만들어가고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게,
사실과 진실은 꼭 같지 않은 건데 그래서 더 오해하기 쉽고 때론 나쁜 결과가 빚어진다는 게
아팠다. 날카로운 칼에 벤 듯 아픈 줄도 모르게 슥, 어딘가 베어진 후 뒤늦게 느끼는 아픔 같았다.
영화가 끝난 후 뒷좌석에서 누군가 나직하게 박수를 쳤다.
몇 안 되는 사람들은 천천히 빠져나갔고
엔딩 크레딧을 다 보고, 음악을 다 듣고 일어서자 아저씨가 청소를 하려고 입구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내가 먹은 과자 봉지를 주워갖고 나온 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감독이, 그리고 영화사가 참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짬을 내어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보러가야겠다.
좀 웃는 영화가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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