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위그든 씨의 사탕 가게

찬바람이 불면...  

불쑥 더 외롭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또 한 살 나이가 든다는 것. 

사실 나 하나만 생각하면 그리 많은 나이도 아니건만, 퇴직 앞둔 부모님을 떠올리면 

어서 결혼해서 떡두꺼비 같은 손주 쑴풍 낳아 안겨드리는 것이 효도이련만... 

결혼은 커녕 연애도 못하는 딸에, 결혼하고 임신만 하면 필시 '노산' 산모가 될 딸래미 걱정하시는 부모님 마음 모르는 바 아니건만 

그러실수록 나는 더 우울해지고 도망가고 싶고... 그럴 땐 그저 웃어야지요. 

    

자수성가해 어려움을 아는, 혹은 가진 자리에서 출발해 '가지지 못함'을 상상조차 할 수 없어 더욱 많이 갖고 움켜쥐려고만 하는 정치인들 말고, 이런 정치인들이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울 게다.  

로또를 사는 대통령이라니, 당선 돼 놓고 아까워하는 대통령이라니 그 소시민적 모습만으로도 충분하다. 장동건 같은 외모, 뭘 더 바랄까? 여성대통령, 정치에 성별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나오는 것만으로도 진일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장진 아니던가.  

장외 웃음 하나 더. 이 영화, 조선일보 쪽 펀드의 투자를 받았다고 한다. 역시 장진은 대단하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영화다. 모든 짐작할 수 있는 것, 설마 이러겠어 했던 것들 다 나온단다. 혼자 보면 돈 아깝지만 서넛이 몰려가 코멘터리 날리며 보다 보면 원없이 웃을 수 있단다.  

 그냥 영화보다도, 영화를 빙자해 그간 소원했던 지인들과 만담 혹은 농담을 주거니 받거니 목적없이도 즐거운 그런 시간을 갖고 싶은 게지.

 그간 소원했던 것이 마음마저 소원했던 탓은 아니니, 아니 또 그럼 어떠랴. 소득도 없는 수다와 농담, 그리고 웃음이면 그 모든 것 다 풀려버리지 않나?  

이래서 연말엔 수다와 농담이 필요하다. 뿌듯한 한 해를 반추하지는 못할 지언정, 최소한 웃으며 마무리할 수는 있을 테니까.

 

  

위의 두 영화와 나란히 놓기 미안한 영화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가 참 웃겼다. 나와 그녀는 시종일관 키득대며 웃었다. 최근 봤던 스페인 영화(<너의 한마디>, 유럽영화제 개봉작)과는 달리 비주얼도 대사도 훌륭했다. 특히 백미는 마테오로 돌아가기 전의 해리가 디에고의 조수를 자처하며 둘이 판타지 섹시 무비를 구상할 때다. 그런 시나리오가 영화화된다면 나는 꼭!! 볼 테다.  

비주얼! 본 영화에 비하면 저 강렬한 포스터는 새 발의 피의 적혈구 하나만큼도 안 된다.   

특히 영화 속 영화 <여인과 가방들>의 세트와 극중 상황은 최고다. 토마토 하나, 토마토 껍질 위 물방울 한 방울, 도마와 칼 조차 모두 인화 표구해 벽에 걸어두고 싶을만큼 훌륭했다. 만져질 듯 선명했고, 전작보다 훨씬 명료했다. 대사들도 마찬가지. 거장은 역시 한 가지만 잘 하는 게 아니다. 마지막 대사. 거장은 배우의 입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완성한다는 게 중요한 거야"  

<그녀에게>와 <브로큰 임브레이스> 사이,  <나쁜 교육>을 꼭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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