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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ebin님의 서재
  • 어떤 날
  • 김소연 외
  • 11,700원 (10%650)
  • 2013-02-28
  • : 531
나는 왜 여행을 떠났나!? 여행이 왜 가고 싶은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면 함께할 친구가 있고, 시간과 여유가 허락되었고, 떠나고 싶은 곳이 있어 떠났던 것 같다. 물론 여행지가 결정되면 그곳에서 보고, 먹어봐야 할 것들에 맞춰 빡빡한 스케줄을 작성한다. 오전부터 저녁 늦게까지 풀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보고, 먹고, 사진으로 담아오는 건 많지만, 그때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들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여행을 갔다 온 것 같으나 갔다 온 거라고 말할 수 없는 그런 마무리되지 않은 여행 같은 느낌이다. ​물론 본 것은 많다. 하지만 그때 그 감정은 무엇 하나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무엇이 좋았는지조차 가물가물할 때가 있다. 
인증 사진도 좋고 많이 보는 것도 좋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때의 내가 느꼈던 감정들 하나쯤은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곳에서 난 이런 생각을 했었지, 그때 참 좋았는데 라고 말이다.​다음 여행은 가까운 곳이어도 좋으니 마음에 새길 무엇 하나 남길 수 있는 여행이 되길 바란다.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녔건만 여행책자에 등장할 법한 인증사진 밖에 남은 것이 없다면 그건 '여행'이 아니다. 몇백만 원짜리 비행기 티켓을 끊고, 몇 마일씩 날아간 곳이라 하여도 나만의 심상하나 새기지 못했다면 '여행'이 아니다. 일상으로 들여올 향기하나 남아있지 않다면 '여행'이 아니다. 뒤집어 말하면 여행의 진실한 방식을 몸으로 배우고, 마음으로 익히면 멀리 떠나지 않아도 모든 일상이 여행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p116

 

길을 걷는일이 책을 읽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낱장 하나하나를 손끝으로 느끼며 문장을 짚어나가는 일이나, 어는 한 단어에 가슴이 묶여 몇분이고 그 단어에 내 두눈을 고정시키게 되는 일, 텅빈 행간 위에서 잠시 쉬는 일까지, 어쩌면 모든 것이 길을 걷고 여행을 발견하는 일과 닮아있지 않은가 싶었던 거다. 새로운 길을 따라 여행하며 풍경의 낱장 하나하나를 마음으로 느끼고, 어떤 장면 앞에서 가슴이 묶이고, 예상치 못한 사람과의 만남앞에서 마음을 고정시키게 되고, 여행과 여행 사이 모든 걸 다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는 그 순간까지 여행에서 돌아와 그 순간들을 기억하고, 글을 쓰는 작업은 그래서 내게 가끔은 한편의 책을 다시 읽는 느낌과 비슷하다. 어떤책은 새로 읽을 때마다 새롭고, 또 어떤 책은 두번은 펼치기 싫기도 하고, 또 어떤 책은 어떤 날, 어떤 기분에서는 꼭 다시 펼치고 싶어진다. 모두 길을 발견하고, 만나고 돌아오는 여행의 느낌과 닮아 있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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