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 않는 인생, 아마추어 인생 만만세!
cyanstar 2004/01/14 04:27
cyanstar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심오한 이야기를 어렵게 전달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심오한 이야기를 가벼우리만큼 쉽게 전달하는 것은 고수의 경지에 오른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민규 님은 고수이다. 우리가 키득거리며 책장을 넘기느라 방심한 동안, 그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그머니 하고 싶은 이야기로 옮아간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헤헤헤헤' 하다가 '어라라?' 하게 되는 것이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나에게 왜 허송세월하면 안 되느냐고 묻는다. 왜 그렇게 모두들 바쁘게, 정신 없이 살아야 되느냐고 묻는다. 왜 그렇게 뭐든지 잘해야 되느냐고 묻는다. 요즘 '느림'이라는 화두가 유행이기는 하지만, 왜 '아마추어'로 살면 안 되느냐고 묻는 책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나에게 각별했다. 뭐랄까, '느리게 살자'는 것은 틀 안에서 획기적인 발상이었다면 '아마추어로 살자'는 것은 아예 틀을 뛰어넘는 발상이었다.
우리는 유예하는 인생에 익숙해져 있다. 대학을 위해 고등학교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유예하고, 취업을 위해 대학교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유예하고, 집 한 채를 장만하기 위해 30대 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유예하고, 노년을 위해 장년에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유예하는 식이다. 그러다 노년이 되면?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낭만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였다. 그런데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은 뒤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추가시키기로 한다. 비교하지 않는 인생, 아마추어 인생, 만만세!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