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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의 초록별 cyanstar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심오한 이야기를 어렵게 전달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심오한 이야기를 가벼우리만큼 쉽게 전달하는 것은 고수의 경지에 오른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민규 님은 고수이다. 우리가 키득거리며 책장을 넘기느라 방심한 동안, 그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그머니 하고 싶은 이야기로 옮아간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헤헤헤헤' 하다가 '어라라?' 하게 되는 것이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나에게 왜 허송세월하면 안 되느냐고 묻는다. 왜 그렇게 모두들 바쁘게, 정신 없이 살아야 되느냐고 묻는다. 왜 그렇게 뭐든지 잘해야 되느냐고 묻는다. 요즘 '느림'이라는 화두가 유행이기는 하지만, 왜 '아마추어'로 살면 안 되느냐고 묻는 책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나에게 각별했다. 뭐랄까, '느리게 살자'는 것은 틀 안에서 획기적인 발상이었다면 '아마추어로 살자'는 것은 아예 틀을 뛰어넘는 발상이었다.

우리는 유예하는 인생에 익숙해져 있다. 대학을 위해 고등학교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유예하고, 취업을 위해 대학교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유예하고, 집 한 채를 장만하기 위해 30대 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유예하고, 노년을 위해 장년에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유예하는 식이다. 그러다 노년이 되면?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낭만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였다. 그런데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은 뒤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추가시키기로 한다. 비교하지 않는 인생, 아마추어 인생,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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