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모자무싸 1화를 봤다. 2화를 볼 일은 없을 거다. 1화 보다가 오정세(박경세)에 빙의해서 누구 하나 죽일 뻔했다. 내 인생에 잠시라도 있었던 거지 같은 황동만들 시발 다 죽여버리고 싶다(드라마 도입부 오정세의 시나리오 구상에 따르면). 진짜 싫다, 황동만들! 꺼져라, 다시는 나타나지 마라. 내 오해겠지, 내가 너무 예민한 거겠지, 내가 자뻑인 거겠지, 내가 오만한 거겠지 생각했는데, 그 사람들의 언행을 죄다 황동만이 하고 있었다. 씁쓸했다. 그 사람들 전부 내 앞에서는 황동만이었다는 게 씁쓸했다.
내가 먹는 것을 싫어해서 사람을 만나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에 죄다 황동만 뿐이어서 사람을 만나지 않는 거라는 걸 어제 모자무싸 1화를 보고서야 깨달았다. 인생을 하향지원했더니 주변에 황동만만 드글드글한다. 살면서 처음으로 인서울 하지 않을 걸 후회했다(서울엔 잘난 놈들이 많을 테니 황동만을 덜 만나게 될지도). 한국에서는 애초에 지방에 산다는 거 자체가 황동만이라는 걸지도 몰라! 심지어 나보다 더 잘 나가는 놈들도 내 앞에서는 황동만 짓거리를 했다. 천하를 제패한 알렉산더 대왕도 황동만을 만들어 버리는 거지 철학자 디오게네스 같은 재능이 나에게도 있는 건지도 모르지.
보다 만 드라마 <은중과 상연>을 보면서도 친했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에게 나는 상연이었구나 하는 걸 깨닫고는 그 드라마를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너는 다 잘하잖아, 어차피 합격할 거면서 뭘 그래, 합격한 거 축하해가 아니라 합격할 줄 알았어, 너는 머리도 좋고 운도 좋은 거 같아 같은 말들을 들을 때마다 좀 황당했었는데, 다들 황동만과 류은중 사이 어딘가의 심정이었구나. 나는 그걸 몰랐네.
TWS가 부르는 업타운걸을 들을 때마다 웨스트라이프가 부른 업다운걸이 내 주제가라고 했던 친구가 생각났다. 업타운걸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내가 떠오른다고 했다. 도대체 왜? 난 부잣집 외동딸(난 가난한 집 K 장녀, 정작 부잣집 외동딸은 너잖아!)이 아니고, 그 친구가 적어도 우리 집보다 두 배는 더 잘 살았을 텐데 말이다. 이 친구도 황동만이어서 내가 업타운걸로 보였던 걸까?
나에게는 놀라운 재능이 있는데 그건 바로 사람들을 손민수 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생각이든 취향이든 패션이든 물건이든 뭐든. 사람들은 나를 따라 한다. 사소하게는 내가 다이소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으면 지나가던 사람이 내가 고르고 있는 물건을 집어 가고, 백화점에서도 사람 없는 매장에 가서 내가 물건 고르고 있으면 갑자기 사람들이 막 들어온다. 심지어 어떤 병신은 내가 쓰는 자동차 타이어 따라서 사기도 했다지 ㅋㅋㅋㅋ 국제시장에서 파는 짝퉁 디올도 진품처럼 보이게 하는 재능이 내게 있다는 걸 살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하는 건 다 좋아 보인다는 간증도 많이 들었다. 이 세상은 황동만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껏 한다는 게 나를 손민수 하는 것 정도인 것이다. 좋아 보여서 따라 하고 카피하고 마치 처음부터 자신의 취향이었던 듯 리플리 행세를 하면서도 따라하던 대상이 어떤 성취(?)를 이뤘을 때는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하는 그런 찌질한 황동만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다.
언제는 "너는 다 잘하잖아." 라고 하면서 도움을 얻으려 했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에게 긁혔다는 느낌이 들면 "니가 그렇게 잘 났어? 넌 니가 되게 잘 난 줄 아는데." 라고 열폭하는 사람들이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황동만을 보고 나서야 납득이 되었다. 태생이 황동만이면 어쩔 수가 없는 거였다.
인간 존재의 디폴트가 황동만이라면(이 드라마의 인기를 보면 전국의 황동만들이 드라마를 지지한 듯?)
어째서 나는 황동만이 아닌가가 더욱 미스터리!!
약간의 답을 찾아보자면 나는 알렉산더 대왕보다는 디오게네스가 더 좋기 때문이다.
하향지원과 안빈낙도. 이것만 있으면 적어도 황동만은 되지 않을 수 있다.
황동만을 견디면서 볼 자신이 없어서 모자무싸는 안 보기로 함.
황동만들과 절연하다보니 주변에 인간이 한 명도 없게 된 사람이라서 이 드라마를 화병 없이 볼 수가 없다.
황동만들과는 다시는 상종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