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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유칼립투스 숲

1) 디즈니는 지난 10년 동안 무얼하고 있었나?

순전히 주디와 닉의 러브 라인이 궁금해서 오매불망 기다리던 주토피아 2는 기다림에 지쳐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게 되고, 내 눈은 <케이 팝 데몬 헌터스>를 봐 버린, 너무 늦은, 9년 만에 개봉한  늦은 2편은 3~5분 사이의 길고 긴 엔딩 크레딧 다음의 1분도 안 되는 쿠키 영상이 전부였다. 쿠키가 내가 바라던 핵심이었다. 이야기의 진행과는 아무 상관없이 나오는 주제곡 <ZOO> 공연은 지금 생각해도 어색하고 민망하다. 1편에서 주디가 창대한 꿈을 안고 주토피아로 향하는 기차 씬에서 마침맞게 주제곡이 나오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우화와 비유가 아닌 사람 K-pop 스타가 장편애니메이션의 훌륭한 주인공이, 메인 서사가 될 수 있음을 알아버린 지금 <주토피아 2>를 보고 있자니 낯 간지럽고 부끄럽고. 1편에서는 매우 절묘했던 나무늘보 역시도 2편에서는 억지스러웠다. 디즈니는 10년 동안 무얼 하고 있었나?? 디즈니 왈: <소울>도 있고! <메이의 새빨간 비밀>도 있고!! (난 둘 다 별로였다!!)


2)다들 열심히 사는구나!

<조성우&국립국악원 5 days> 공연을 봤다. 이 공연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유료 회원 특별 초대로 공연일 4일 전에 선착순 초대권 응모 문자를 받았다. 공연이 평일 저녁 시간이라서 응모할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외출할 기회가 오면 순응하자!!'라는 기조아래 2매(1인 최대 2매)를 응모했다. 이런 기조를 만든 이유는 외출을 매우 싫어하고 집에 있는 것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나의 기질 탓이다. 평일 저녁에 시간이 되는 사람은 엄마뿐이어서 일단 말해 두었다. 하지만 공연 당일 아침까지도 당첨 문자가 오지 않아서 아닌가벼 하며 있었는데 오전 10시쯤에 당첨 문자가 왔다. 이미 오늘 내 몸은 '퇴근하고 10시간 이상(수면 포함) 침대에 누워 있는다'로 세팅되어 있었기 때문에, 너무 늦은 당첨 문자가 반갑지 않았으며 오히려 진지하게 노쇼를 고민하기만 했다. 하지만 노쇼를 극혐 하는 나인지라 엄마에게 저녁 공연 가야 한다는 문자를 보내는 것을 신호 삼아 밤까지 몸을 각성시키는 것으로 체력 분배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살면서 대금 연주 소리를 직접 들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아가 유일하게 본 국악 공연이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기념 장사익+양방언 공연이었다는 것(이것 역시 초대권). 아닌가 장사익 따로 보고, 양방언 따로 봤나? 궁금해서 해당 공연장 홈페이지에 가서 공연 일정 달력을 보니 2004년 7월부터 현재까지의 기록만 있었다. 난 2004년 이전에 봤는데...

좋은 자리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좌석은 예상외로 좋았다. 8열 가운데 복도석(무려 R석)! 이유인즉슨 공연을 보러 온 사람이 적다는 것. 하긴 나도 초대권 받고도 볼까 말까 고민했을 정도니. 공연은 잔잔했고 엄마는 잠시 잠시 졸았다고 했다. 평소 들어보지 못했던 국악기 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본전(시간과 체력을 쓴 것)은 충분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타악기 연주자였다. 그는 장구, 징 등 여러 가지 그 이름도 모를 전통 타악기를 연주함과 동시에 때로는 가창까지 했다!!!!!!!! 다른 연주자들도 최소 3개 정도의 악기를 번갈아 가면 연주했다. 하루 10시간은 침대에 누워 있어야 운신이 가능한 나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생산성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나 빼고 다들 정말 열심히 사는구나!!!


3)슈톨렌을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부산의 빵 장인 그 이름도 K-장인스러운 이흥용씨가 출시한 독일 전통 크리스마스빵 스톨렌을 선물 받았다. 선물답게 포장이 지나치게 많았다. 포장 대신 빵을 더 크게 만들어주지 하는 생각이 매우 많이 들었다. 매일 조금씩 잘라먹었는데도 크리스마스까지 먹기엔 양이 부족했다. 포장 대신 빵을 더 크게 만들어주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12월 1일부터 슈톨렌과 함께 한지도 2주가 다 되어간다. 산수를 해보면 올해도 2주일 반 정도 남았다. 3617의 사형 선고를 듣지 못한 채로 2025년을 보내야 한다는 게 정말 찝찝하다. 살아있는 위헌 덩어리인 mc귀여니와 걱정인형 희대의  반헌법 짓거리를 보느라 2025년을 다 보냈다. 

조희대를 처음 봤을 때부터 걱정인형을 떠올렸다. 대두+앙상한 몸(심각한 어좁이)+불안해 보이는 떨리는 음색의 목소리. 위헌은 희대 본인이 저지르고 있으면서 국민들이 저지르지도 않을 위헌 걱정을 혼자서 하면서 그 걱정 때문에 계속해서 위헌을 저지르고 있는 꼴이 딱 걱정인형 같았다. 한 손으로 머리는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몸통을 잡고 톡! 하고 분리해 버리고 싶게 생긴 면상과 떨리는 목소리와 두려움 가득한 딕션의 소유자 희대. 외모 컴플렉스 때문에 지금 계속 위헌을 저지르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mc귀여니와 걱정인형 희대는 모르는 것이 있는데, 과거 을사오적처럼 교과서에 몇 글자 정도로만 남는 게 아니다. 너네들의 동영상은 리벤지 포르노처럼 계속 플레이될 것이다. 위헌의 대표 사례로 계속 플레이될 것이다. 

매일 조금씩 슈톨렌을 잘라먹으면서 하루 10시간씩 누워 있으면 세상이 매우 평화롭게 여겨진다. 하지만 휴대폰을 들고 유튜브앱을 열자마자 펼쳐지는 내 계정의 세상은 3617이 싸 놓은 똥으로 가득 차 있다. 3617은 인간 유전자의 열악함의 증거다. 3617 부류의 인간 군상이 인간 유전자의 열악함의 증거다. 그 열악함조차도 극복해 내야 하는 것이 덜 열악한 인간 군상들의 업보겠지... 내가 3617 부류의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에 안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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