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도 진상, 양아치들을 보고 참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요즘은 '정신병자다, 정신병자, 피하자, 피하자' 하면서 많이 참는 편인데, 새해 되고 고작 일주일 사이에 굳이 지적을 해야 할 정도의 진상을 연달아 만난 건 오랜만이라서 기록해 둔다.
사례1.
집 앞에 쭈그려 앉아서 담배를 피운 후 꽁초를 버리고, 다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계속 쳐다봤다. 그 사람도 뭔가를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그러고도 계속 담배를 폈다. 나는 그걸 1분 정도 더 지켜봤다. 그러고 나서 그 사람에게 다가가 "저기요, 담배꽁초 버리는 거 봤는데 그거 주우세요. 이 동네는 담배꽁초 버리면 과태료 10만원이에요."라고 했더니 남자는 놀란 듯 "네, 주울게요." 하면서 담배꽁초를 주웠다.
사례2.
KTX일반석 칸에서 노망(비슷한)이 난 노인을 봤다. 다른 승객들의 민원을 여러 개 받은 승무원이 노인에게 이런저런 수정 사항을 말했다. 노인은 "왜 자꾸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해. 내가 알아서 한다. 가라. 안 그래도 아프다. 귀도 잘 안 들린다. 가라. 왜 나한테만 이러는데." (실제 이렇게 반 말로 말 함) 노인은 밀양에서 탔고 그때부터 시작해서 오산에 도착할 때까지도 승무원들에게 저랬다. 승무원들은 순번을 바꿔서 오면서 노인을 3세 아이 달래듯 했다. 노인은 내 대각선에 있었고, 나는 <너는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를 계속 읽고 있었다.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죽어 마땅한 자가 죽어야 한다는 것은, 스티븐 킹의 신념이기도 합니다." 나는 해당 문장에 빨강 플래그를 붙였다. 죽어 마땅한 자, 죽어 마땅한 자!! 그리고 오산에서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할머니, 할머니 같은 승객을 관리하는 게 저 분 업무잖아요. 왜 계속 그러세요?"라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놀란 승무원은 내 쪽으로 뒤돌아 보면서 괜찮다는 손짓과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례3.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의 영화였다. 일찍이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에서 어둠을 보이게 찍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의 이 장면은 좀 에러 아닌가 생각하면서 봤다. 스크린의 절반(왼쪽)이 어둠이고 그 어둠의 가장자리에 앉은 주인공의 얼굴도 역시나 절반은 암흑이었다. 그런데 바로 이 장면에서 내 자리에서 세 줄 앞의 왼쪽 관객이 갤럭시 폴더를 펼쳤다. 나는 3초쯤 기다렸다가 "눈부시니까 폰 넣으세요."라고 크게 말했다. 하지만 그 관객은 카톡으로 추정되는 화면을 스크롤하면서 볼 거 다 보고 폰을 접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나오지 직전, 영화가 끝나서인지 같은 관객이 또 폰을 펼쳤다. 엔딩 크레딧은 검은 화면에 흰색 글자였고, 진심 어두웠다. 그랬기에 상대적으로 휴대폰 화면의 불빛은 더 눈 부셨다. 나는 복근에 힘을 주고 "저기요, 폰 좀 끄세요. 영화 보는데 방해되잖아요." 했는데 안 끄길래 더 크게 소리(고성에 가까운)를 질렸다. 그랬더니 폰을 넣었다. 난 그 관객이 엔딩 크레딧을 안 보고 나갈 줄 알았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앉아 있었고, 극장에 조명이 들어오자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는 것을 보고, 다다다다 재빠르게 그 관객에게 가서 따졌다. "왜 어두운 화면 나올 때마다 폰 켜세요? 왜 두 번이나 그래요? 어두운 화면 나올 때 폰 화면 때문에 영화 장면 놓치 잖아요? 왜 그러냐구요. 아 진짜 돌겠네." 했더니 그 관객은 건성으로 작게 "미안합니다."하고 극장을 나갔고 나는 바로 뒤에 이이서 나가면서 " 아 씨 진짜 짜증 나네."라고 혼잣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