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다량의 책을 단기간에 구입하게 된 건 순전히 조바심 때문이었다. 대학원 생활을 통해 지식의 전문화를 추구했지만 결국엔 무식해지고 말았다. 물론 학교에는 교양있고 똑똑한 아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한 나는 고시공부에만 몰두한 나머지 다른 분야에 대해선 편식을 하게 된 꼴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 변한다. 그건 진리다. 간혹 가다가 책 읽으면 뭐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데, 라고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내 자신이, 마음이,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틀린 말이다. 그 말은 어리석은 말이기도 하다. 그건 마치 오늘 당장 내가 팔굽혀펴기를 50번 하고, 아 난 달라진게 없어, 라고 결론 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책을 읽는다는 게, 오랜 시간을 요구하는, 숙성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 생기는 오해이다. 변화에는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개 고통이 수반된다.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달리 말해 반복이 포함됨을 의미하고, 인간의 뇌는 반복을 기피하는 습성이 있으므로, 시간을 들인다는 것은 곧 고통스럽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팔굽혀펴기를 딱 하루 50번 했다고 달라지는 것은 당연히 없다. 하지만 그걸 한달 내내 반복한다면, 그 사람의 몸은, 그리고 더 나아가 그의 삶은 어느 정도 바뀌게 되어있다.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책을 하루에 10분씩 한 달간 읽으면 한 권을 독파할 수 있다. 한 시간씩 읽으면 두세 권을 읽는 것도 가능하다. 엄선된 책이라면, 그리고 그렇게 반복적인 학습을 한 사람은 결국 변할 것이다. 그것은 진리다. 거부할 수 없는 자연법칙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방법론의 문제를 제기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은 또 다른 종류의 고민거리가 된다.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이 시대에 사람들은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한 비용과 댓가를 치루는 데에 인색해졌다. 하지만 인생에 꽁짜는 없다. 뿌린만큼 거두는 게 인생이다. 책을 읽으면 반드시 변한다. 단 "꾸준히"라는 단어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결국 자신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