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접실에서 테라스로 쏟아져 나온 공동 침실의 소녀들이 닭 무리처럼 재잘거렸다"(84)는 문장으로 [가난한 처녀들]을 요약 가능할 것이다. 전쟁 직후의 영국 거리를 상세히 그려나가는 사실주의적 시작에 겁먹을 필요 없이, 소설은 급격히 사적인 정치 세계로 진입한다. 유리잔보다 구하기 어려웠던 잼 유리병에 맥주를 담아 마시던 시절, 달걀이 일주일에 한 개씩 배급되던 시절, 장갑에 '실용품' 표식이 있던 시절, 그러니까 가난한 1945년 언저리의 영국이라는 시절 속에서 각기 다른 매력(두뇌, 신체, 목소리 등)의 젊은 여성들이 적게 먹으려(살 찌지 않으려), 제대한 남성들과 데이트하려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가난한 처녀들]은 전후 시대의 가난을, 더 넓게는 도시에 관한 밀착한 삶을 무겁지도, 마냥 가볍지도 않게 소묘한다. " (…) 것이다"와 같이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적절한 서술자적 개입도 간혹 웃음 포인트이며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