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마주 앉자 두 사람은 할 말이 없었다. 졸업식까지 아직시간은 넉넉했다. 그가 꾀죄죄한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았다. 반들반들 벗겨진 구릿빛 정수리에서 샘솟듯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교장선생이었을 때의 별명이 놋요강이었다. 그는 워낙 땀이많았다. 그러나 처음부터 대머리였던 건 아니다. 검은 머리가 뻣뻣하게 곤두서 약간은 사납게 보이던 젊은 날, 아아, 덥다고 비명을 지르면서 들입다 한번 머리를 흔들면 땀방울이 샤워처럼사방으로 튀곤 했었다. 그땐 그를 사랑했었나? - P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