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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이동권 기자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원회 이야기
[책소개] 연두색 여름
2009년 2,646명이라는 대규모 정리해고 위기 가운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의 가족들이 모여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대위)를 결성했다. 결성과 동시에 가대위는 평택공장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고 그 후 석 달이 넘도록 서울, 평택, 창원에서 1인 시위, 삼보일배, 기자회견, 대시민 홍보, 정당 및 종교계 방문 등 가족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이들은 지지자로서, 지원자로서가 아니라 가족도 한 투쟁의 주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 길고 긴 지옥과도 같은 터널을 우리는 피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고 씩씩하게 걸어왔다. 끝이 없을 것 같던 터널을 빠져 나오면 찬란한 빛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살자”를 외치며 세상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정아, 발간사 중에서, 7쪽)
비영리민간법인인 노동운동역사자료실 ‘노동자역사 한내’가 만든 출판사 ‘한내’에서 쌍용자동차 가대위의 피와 땀이 서린 투쟁의 기록을 담은 책, '연두색 여름'을 출간했다.
1부는 쌍용자동차 조합원인 현구, 그리고 그의 아내 정민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 여름에 일어났던 파업투쟁의 안팎을 소설로 재구성해냈다. 이 소설은 남편의, 아빠의 해고 앞에서 가족들이 어떻게 상처로 몸부림치면서도 사랑으로 시련을 극복해 가는지를, 그리고 그 시간동안 어떻게 믿음과 신뢰를 쌓아 가는지를 잘 담아냈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부는 공권력 투입 말고 공적자금 투입하라!
누군가의 선창에 여자들의 목소리가 윤도현의 노래를 압도하며 울려 퍼졌다. 대열을 본 회사 측 관리직 직원들이 하나둘 방송차량 옆에서 일어났다. 전투경찰 또한 지휘관의 지휘를 받으며 방패와 곤봉을 집어 들었다. 가족들을 향해 전투대형의 대오를 갖췄다.
고막을 찢는 오 필승 코리아에 부들부들 떨던 정민은 앞으로 나갔다. 맨 앞에 선 임산부,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두렵지 않았다. 경희와 순애가 어느새 정민의 옆으로 달려와 팔짱을 꼈다.
- 홍새라, 소설 <그 여름의 붉은 장미> 중에서, 48쪽
2부는 가족대책위의 아내들, 아이들, 그리고 77일간의 옥쇄파업에 참가한 남편들의 글과 편지가 담겨 있으며, 3부는 활동일지와 함께한 사람들, 도와주신 분들의 명단이 실려 있다.
옥쇄파업 34일째, 우리는 피가 말라갑니다.
용역깡패 강제 진압이라는 소식에 하루하루 신경안정제로도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눈물이 마르고 피가 말라갑니다. 우리가 우리끼리만 살자고 몸부림치는 것이 아닌데, 모두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정부와 사측에 이야기했는데…. 왜 사측은 용역깡패를 동원해서 남편들을 죽이려 하고, 왜 정부는 귀를 막고 입을 막고 있습니까? 그것도 모자라 반쪽만 살려놓고 죽은 반쪽과 싸우게 만들려고 합니까?
- 고향언덕, <눈물로 호소합니다>, 94쪽
한상균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은 추천의 글을 통해 "수많은 국민들을 울리면서 이 땅 노동자들의 선봉대를 자처했던 가족대책위 동지들!
가대위가 투쟁의 반이었다! 금속 선봉대였다!"고 밝혔다.